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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91> 시시포스와 시그너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20 19:16:5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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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로 변한 제우스가 예쁜 요정을 나꿔채 갔다. 이를 목격한 시시포스(Sisyphos)는 요정의 아버지에게 일렀다. 고자질 당한 제우스는 아들 아레스한테 손 좀 보라고 했다. 시시포스는 저승으로 끌려 가지만, 기지를 살려 이승으로 돌아온다. 신들은 시시포스를 잡으려 했지만 요리조리 잘 피하며 이승에서 살 만큼 살았다. 나중에 저승으로 끌려가 고된 형벌을 받는다. 산 꼭대기까지 바위를 옮기면 바위가 아래로 떨어지고 다시 옮기고 떨어지고….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시시포스 신화에서 인간의 실존을 끄집어 냈다. 바위 운반을 반복하며 시시포스는 당당히 실존한다. 반복되는 삶을 사는 인간도 그리 실존한다. 어느 인간의 본질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인간이 오늘 실제 존재하는 실존(實存)이다. 카뮈의 선배였던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가 이를 프랑스적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L’existence precede l’essence).”

이에 반해 자신의 본질에 대한 자존심(自尊心)이 너무 강해 실존적 자존감(自存感)이 나약해 빠진 인간이 있었다. 시시포스와 이름만 비슷한 시그너스(Cygnus)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 콧대 높은 미남이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자존심 상하는 일로 벼랑에서 몸을 던졌다. 백조 별자리가 되었다. 요절한 시그너스한테 백조라는 우아한 이미지가 박혔다. 우리 시대에 시그너스라는 상표명이 많은 이유다. 허상적 이미지가 실존에 앞서는 인간 세상이다. L’image precede l’existence! 환상은 실존에 앞선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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