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지역 “김해신공항 반대”

-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발
- 국토부에 주민설명회 중단 요구
- 상의 없이 軍공항 기능 강화하자
- 오 시장, 국방부에도 강력 항의

# 내년 초 가덕신공항 카드 빼드나

- 吳 “동남권 관문공항, 文공약”
- 市 내부 준비작업 움직임 감지
- 상의도 핵심사업 1순위로 꼽고
- “여론 수렴·시민운동 나서겠다”

부산시가 정부의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지역 상공계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선언하면서 파장이 인다. 시는 “현 단계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운운할 수는 없다. 울산 경남과 공조하겠다”고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를 보이지만, 이미 지역에선 오거돈 시장이 내년 초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이 널리 퍼졌다.

■“현재 신공항은 반대” 들끓는 부산

오거돈 시장

앞서 시는 지난 17일 주민설명회 연기를 공식 요구하는 걸 시작으로 연일 김해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부를 맹비난했다. 시가 검토한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보고서엔 공군기의 훈련 비행 경로 변경에 따른 사상구와 북구의 소음 피해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화명동~신라대~사상구청 상공으로 공군의 훈련 비행이 불가피해지면서 항공소음 피해 구역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 시는 즉각 주민설명회 중단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인접한 사상구와 북구도 반발했다. 김대근 사상구청장이 구 명의로 국토부에 항의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정명희 북구청장과 함께 국토부를 항의 방문하겠다고 했다. 사상구의회와 북구의회도 각각 21일과 오는 24일 주민에게 막대한 소음 피해가 예상되는 현재 김해신공항 추진을 결사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구의원 전원 명의로 채택할 예정이다.

여기에 김해공항의 군사 기능이 한층 강화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정부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김해공항에 신공항을 짓겠다는 정부가 되레 군 공항의 기능만 강화했고, 이로 인해 소음 피해가 확산된다는 게 시의 인식이다. 오 시장은 지난 18일 공군 김정일 공중기동정찰사령관을 만나 “정부가 시와 상의도 없이 사령부를 김해공항 기지로 이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공군력을 김해공항에 집중시켜서는 안 된다는 시의 입장을 국방부에 강력하게 전달해 달라”고 쏘아붙였다.

■무르익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국토부를 향한 시의 반발은 전날 오 시장이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정점을 찍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김해신공항 수용 불가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부산 울산 경남 800만 지역민과 3개 시·도의 시장·도지사가 합의해 검증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고 기존 김해공항보다 못한 방향으로 김해신공항 건설을 추진한다”며 “소음, 안전, 주변 지형 등으로 확장이 불가능한데도 국토부는 지난 정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밀어붙인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심지어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까지 언급하면서 국토부를 공격했고, 그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김 차관과 배석한 국토부 관계자들이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시는 21일 4급 이상 간부 공무원 전원이 참석하는 포럼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는 자리까지 마련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인다.

이런 가운데 부산상공회의소가 20일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선언하면서 이를 내년 10대 핵심사업 1순위로 선정해 발표하자 시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산상의가 내년 2월 신공항추진시민단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위한 여론 수렴과 시민운동을 재개한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부산상의가 시의 분위기를 반영해 시민운동 재개 시점을 구체화해 발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현재 방식대로 김해신공항이 추진된다는 전제 아래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내년 2월 초에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선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관계자들은 “아직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준비 작업에 착수한 분위기가 시 내부에서 감지된다. 시 고위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선언은 이제 시간 문제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3개 시·도가 합의해서 검증단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고, 설령 또 다른 방식으로 시의 입장 변화가 있더라도 시간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국토부가 추진 중인 김해신공항의 성격과 기능에 전향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부산시민이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순 없다”며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선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