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층 시설 안짓겠다 약속 불구
- 주민들, 사업 백지화 주장 고수

부산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의 상업개발 논란을 부른 한국철도시설공단(국제신문 지난달 15일 자 1면 등 보도)이 초고층 대신 저층 시설을 짓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해운대구 주민은 “땅을 시민에게 돌려 달라”고 여전히 요구했다.

19일 부산 해운대구청에서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의 개발 방향을 놓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주민 등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철도시설공단은 19일 해운대구청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에 주민 커뮤니티 공간과 공원이 포함된 저밀도·저층 시설을 짓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 시설 부채가 20억 원에 달한다. 적절한 수익으로 부채를 줄이려고 부지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사익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운대구 주민은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임순연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년 전 부산시와 철도시설공단이 해운대구 우동~송정 그린레일 설명회를 할 때 정거장 부지 사업 설명을 요구하자 묵살했다”며 “이후 주민도 모르는 협약이 체결됐다. 시민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주민 전찬영 씨는 “고층 건물 난립으로 해운대의 바람 길이 바뀌었다. 더는 난개발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운대구 주민은 정거장 부지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우영숙 씨는 “옛 해운대역사 주변이 ‘건물 숲’이라 철도 부지마저 상업 시설로 덮이면 숨을 쉴 수 없다. 철도시설공단이 물러나 30년간 무상 임대하면 주민이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정거장 부지에 공원과 지하 주차장을 만들면 교통난이 해소된다”고 주문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이번 사태가 국가의 땅은 국민의 소유라는 걸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지방분권을 중시한다면 지역 주민의 뜻에 따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해운대갑) 의원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는 일제가 국민으로부터 빼앗은 재산을 국가가 잠시 관리하는 것”이라며 “국유재산을 지자체에 돌려주는 방안에 대해 법제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