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받게

- 2개안은 보험료율 9% 유지
- 올리더라도 5년마다 1%P씩
- 소득대체율 5·10%P 상향해
- 가입자 인상 거부감 최소화

# 국민연금법 개정 난항 예고

- 경사노위 합의안과 논의 후
- 이달 말 국회 제출, 입법화
- 정치권, 2020년 총선 앞둬
- 여야 합의 불발 땐 표류 우려

정부가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게 하거나 기초연금을 올리는 방안으로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의 국민연금 개편안 네 가지를 14일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국민연금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기금이 고갈된다”는 식의 공포감 조성으로 국민연금 고유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약화시켰던 점을 고려해 이번 방안에서는 제도 지속 가능성 등의 재정 안정론과는 의도적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 대신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과 사각지대 해소, 기초연금 강화, 퇴직연금과 주택연금 등까지 포괄하는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구축을 통해 노후 보장에 방점을 찍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브리핑에서 4가지 개편안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노후 보장 수준 높인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의 조합으로 최소한 월 100만 원 안팎의 실질 급여를 제공해 1인 노인 가구가 은퇴 후에 필요한 최소생활비(월 95만∼108만 원)를 충당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최종안에서 보험료 인상 폭은 어떻게든 최소화하거나 올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해 노후 보장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험료 인상에 국민의 거부감을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는 공적 연금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그간 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둔 데서 벗어나 이번에 공적 연금으로 노후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데 힘쓰면서 되도록 보험료를 올리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가 제시한 네 가지 개편안 중 두 가지 방안이 보험료율을 현행(9%) 그대로 묶어둔 점에서 어떻게든 보험료 인상을 피하려는 정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보험료 인상 카드는 현실화의 가능성이 낮은 편이지만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50%로 올리되 보험료율을 9%에서 2021년부터 1%포인트씩 확대해 2031년이나 2036년에 12∼13%로 올리는 방안이 실현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커진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은 지금은 보험료율이 9%이기에 본인과 회사가 각각 절반을 부담해 월 13만5000원을 내지만,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안(12∼13%)이 채택되면 본인과 회사는 각각 월 18만∼19만5000원을 내야 한다.

■국회로 넘어간 공, 난항 예고

정부는 앞으로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서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금제도 개혁은 정부 개편안과는 별도로 사회적 논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논의를 거쳐 나온 개편 방안 등과 합쳐져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화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에 민감한 여야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개혁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표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특히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 소득 보장 강화와 재정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기성세대와 현세대, 미래세대가 서로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데 이런 고차원 방정식을 푸는 게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개편안에 대해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과 후세대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개편안 어디에도 재정 안정화 조치가 없고, 연금을 더 주면서 보험료율을 12~13%로만 올리면 후세대에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송진영 신심범 임동우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