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실 “실효성 없다” 의견

부산을 대표하는 항일 독립운동가 박재혁 의사의 생가를 복원하는 사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민간이 보훈시설을 건립할 경우 국가 보조금 지원에 관한 대통령령 규정이 없어 박 의사 생가 복원을 위한 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원래 박 의사 생가와 같은 현충 시설 건립과 개·보수 사업에는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2004년 7월 ‘국고보조금 정비방안’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지방 이양 사무’가 돼 국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예외적으로 기념사업회 등 민간이 현충 시설 건립 계획서를 국가보훈처에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액은 부지 매입비를 뺀 총사업비의 30% 수준이다. 박 의사 생가 복원에는 30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시와 동구는 관련 예산 확보에 난색을 표하는 데다 사업을 이끌 민간 주체도 정해지지 않아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에 김 의원은 국가 보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비의 한도를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검토서를 국회 사무처 법제실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제실은 “현행법상 개정하더라도 실효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아 법 개정에 제동이 걸렸다.

현행 보조금 관리법에는 국가 보조금을 교부할 때 ‘(사업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나와 있고, 이 중 ‘일부’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보훈시설 건립 보조금에 관한 대통령령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보훈처 훈령으로 범위를 정할 수 있지만 훈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현행 30%인 지원 범위도 실효성이 없다.

현행법으로는 박 의사 생가 복원을 하는 데 국가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 의원은 보조금 지원 범위를 50%로 높이되, 민간이 국가에 지원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 의원은 “법안이 발의되면 보조금 지원 범위에 관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