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예산 결산 심의 강화
- 무조건 증액요청 관행 개선”

부산시 출연기관 16곳이 지난해 예산 중 사용하지 않고 남긴 돈이 11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발전연구원 등 잉여금이 10억 원이 넘는 출연기관도 5곳이나 됐다. 시와 시의회는 이들 기관이 잉여금을 세입으로 편성하지 않고 임의로 집행하고 있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예산 결산 심의에 나서기로 했다.

21일 시가 시의회 정종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게 제출한 2017년도 출연기관 예산 결산 현황 자료를 보면 16개 기관의 순수 잉여금은 114억7000만 원이다. 특히 부산테크노파크의 잉여금은 35억6400만 원이나 됐다. 부산발전연구원(14억4400만 원) 부산문화회관(14억3700만 원) 영화의전당(11억8900만 원) 부산디자인센터(10억8500만 원)의 잉여금도 10억 원을 넘겼다.

통상의 회계 절차에 따르면 이 같은 잉여금은 세입으로 책정하는 등 이듬해로 이월하거나 고유 자산으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출연기관은 정관 규정을 확대 해석해 내부 이사회 승인만 거친 뒤 잉여금을 다음 해 사업비와 인건비 등 경비로 임의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신청한 예산이 삭감될 때를 대비한 ‘비상금’ 성격이 크지만 집행 과정의 불투명성도 도마에 오른다.

출연기관들은 이처럼 많은 금액의 잉여금을 보유하고서도 매년 예산을 올려 달라고 요청한다는 게 시와 시의회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시와 시의회는 출연기관 등 산하 공공기관의 전반적인 재정 혁신을 위해 내년부터 예산 결산 심의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시의회 정종민 예결특위원장은 “시 산하 공공기관의 재정 건전화가 시급하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잉여금이 있는데도 자구 노력을 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예산 증액을 요구한다”며 “내년부터는 예산 결산 심의를 강화해 공공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의전당 등 출연기관은 “잉여금과 관련한 지적을 잘 안다. 올해 결산에서는 잉여금 추산치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잉여금을 세입으로 전환하거나, 이를 제외하고 시에 출연금을 신청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화의전당은 올해 잉여금을 지난해보다 10분의 1 정도 줄어든 1억5000만 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송진영 김미희 기자 roll66@kookje.co.kr

◇ 2017년 부산시 출연기관 예산 결산 순수 잉여금 현황 부산의료원  0 부산여성가족개발원  3억8300만 원 부산발전연구원  14억4400만 원 부산영어방송재단 1억6400만 원 부산경제진흥원 3억9400만 원 부산신용보증재단 0 부산디자인센터  10억8500만 원 부산테크노파크  35억6400만 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900만 원 부산복지개발원  2억2300만 원 부산문화재단  6억3000만 원 부산국제교류재단  2억2400만 원 영화의전당  11억8900만 원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  2억8000만 원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  4억4400만 원 부산문화회관  14억3700만 원 총계  114억70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