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전 대법관 피의자로 檢 소환

일선 판사들의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의 탄핵 요청을 전격적으로 의결했다. 같은 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 ‘2인자’로 불렸던 박병대 전 대법관은 사법 농단 의혹 피의자로 검찰에 공개 소환됐다.

19일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정기 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의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행위가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105명의 대표 판사가 논의에 참여해 절반 이상이 결의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법관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과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정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박 전 대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 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을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 사심 없이 일했다. 많은 법관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할 방침이다.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르면 이달 중 검찰의 포토라인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