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포통장 이용 예약사기 땐
- 해외까지 나가 수사·검거해야
- 담당 경찰서선 인력·시간 부족
- “지방청서 취합해 수사 바람직”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펜션 예약을 받아 돈을 가로채는 일명 ‘유령 펜션’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령 펜션 사기단은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대포통장으로 입금받는 수법을 사용해 경찰이 수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유명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접속한 사이트에서 부산 해운대의 펜션을 예약하고 28만 원을 입금했다 돈을 떼인 A(17) 양(국제신문 지난 8월 19일 자 8면 보도)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난항에 빠졌다. 경찰은 해당 홈페이지를 운영한 사기범을 쫓고 있는데, 문제의 사이트는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운영자를 당장 검거할 수 없다. 경찰은 또 A 양이 돈을 보낸 계좌를 추적해 계좌 주인을 밝혀냈으나 잡아들이지 못했다. 계좌 소유주인 B 씨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였다. B 씨의 개인정보는 대포통장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증권계좌의 경우 비대면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유출된 개인정보로 대포통장을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기의 경우 용의자를 검거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강릉 경포대의 펜션을 잡으려다 똑같은 수법의 사기를 당한 C 씨는 최근 경찰 수사관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 C 씨가 이용한 사이트의 서버는 홍콩에 있는 것으로 조회됐다. C 씨가 입금한 계좌 주인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대포통장에 이용당한 사람이었다. 경찰은 C 씨에게 “해외 추적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수사를 보충할 수 없어 곧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채 대포통장으로 사기를 벌일 경우 실제 범인을 검거하기가 쉽지 않다. 또 유령 펜션과 같은 인터넷 사기 범죄는 ‘정보통신망 이용 인터넷 사기 사건 병합 수사에 관한 지침’상 집중 수사의 대상이 아니다. 하나의 계좌를 통해 일어난 사기 사건이 10건일 경우 각기 다른 10곳의 경찰서에서 따로 조사해야 한다.

이에 대해 부산외대 김철준(경찰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일선 경찰서에서 해외 추적 등에 나서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 각 경찰서에 이 같은 사건이 자주 접수된다면 지방경찰청에서 취합해 집중 수사를 벌이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