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경찰·학계 기대 반 우려 반
- 지역실정 맞는 민생치안 기대 속
- 업무 구분 어려워 혼선 우려도
- 일부 경찰관 신분 변동 불안감
- 지방경찰교부세 부담 지적 나와
# 검찰, 경찰권력 비대화 경계
- 기존 경찰청·경찰서 유지한 채
- 자치경찰본부·자치경찰대 신설
- 국가경찰-자치경찰 인사교류 등
- 수사기관 권력 분산 취지 안맞아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서울과 세종 제주를 비롯한 전국 5개 광역단체에서 자치경찰제가 도입된다. 자치경찰제는 수사기관의 권력을 나누고, 경찰의 권한 집중을 막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국가경찰과의 명확하고 효율적인 역할 분담으로 업무 중복을 피하면서도 치안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느냐에 제도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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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안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정순관(맨앞 가운데)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업무 분담 명확지 않으면 혼선 우려
자치경찰제의 밑그림이 공개된 13일 부산경찰청은 “업무 떠넘기기 등의 혼선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의 큰 틀보다는 각론을 제대로 논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이 큰 일선 경찰관들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여기는 긍정적 의견과 ‘강제 전보’나 ‘불명확한 업무 구분’ 등을 우려하는 부정적 반응을 동시에 내놨다.
부산경찰청 한 간부는 “앞으로 진행되는 논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선진국에서 이미 모두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를 지향하는 만큼 경찰 권력도 지역별로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에선 일부 경찰관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부산 한 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지구대·파출소 등 특정 부서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자치경찰 부서로 강제 전보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직원이 많다”며 “사건이 발생하면 국가경찰 소관인지, 자치경찰이 맡을 일인지 구분하지 못해 오락가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할 거다. 예를 들어 가출 신고가 접수됐을 때 범죄와 연관성이 있으면 국가경찰, 단순 가출이면 자치경찰이 담당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고 걱정했다.
학계 역시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동의대 김태진(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경찰위원회를 만들어 그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게 제도 도입 방안에 포함돼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지역 실정에 맞는 치안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된다”면서도 “앞으로 지방경찰교부세를 만들어 자지경찰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하는데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은 문제다”고 설명했다.
■“팥소 없는 찐빵”… 검찰의 반격
같은 수사기관인 검찰이 강하게 반발한다는 점도 자치경찰제 도입의 걸림돌이다. 검찰은 이날 발표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시늉만 냈다” “예산 낭비다” “팥소 없는 찐빵이다” 등 발언을 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기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를 자치경찰로 전환하지 않고, 별도로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를 신설한다는 대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다. 검찰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의 원래 구상은 거대한 경찰 조직의 일부를 자치경찰로 전환해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기존 경찰청과 경찰서를 그대로 두고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를 만드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자치경찰이 주민 밀착형 사무와 민생치안 사건 수사만 담당하는 점도 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치경찰에 민생치안 사건 수사권을 넘기는 건 그동안 경찰이 맡기 싫어했던 사건을 떠넘긴 데 불과하다는 논리다. 검찰이 이에 더해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형사사건을 자치경찰에 넘기는 것을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인사 교류가 가능한 점도 꼬집었다. “경찰 권력을 더 강력하게 키우려는 구상”이라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이처럼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경계하는 검찰이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서면 정부의 자치경찰제 최종안도 어떤 식으로든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장호정 신심범 기자 lighthou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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