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성분 등에 영향 미칠 수도
- 협회·시공사, 자원조사 하기로

부산 동래온천은 통일신라 시대부터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도 여전히 전국적인 온천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1000년이 넘도록 별 탈 없이 번성한 동래온천에 최근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 건립 공사가 예정되면서 지하수(온천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5일 동래구에 따르면 동래온천 인근 온천4재개발구역에서는 지하 6층 지상 35층, 36개동 4043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는 현재 분양 신청을 마친 상태로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 2020년 또는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문제는 아파트 단지가 ‘온천원보호지역’ 내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동래온천 일대 약 51만 ㎡는 1981년 온천원보호지역으로 지정돼 현재 30여 곳의 온천공에서 온천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그동안 온천원보호지역 안에는 300세대 이상 규모의 아파트 및 공동주택이 건립된 적이 없고, 온천수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개발은 거의 없었다. 이번 아파트 건립이 사실상 온천원보호지역 내 최초의 대규모 개발인 셈이다.

온천업계는 아파트 공사가 온천수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천협회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를 한다는 건 땅을 파낸다는 말이다. 지하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온천수의 화학성분 구성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자원연구소 이동영·임정웅 박사가 1995년 발표한 논문 ‘동래온천의 수리지질학적 특성과 수위 변화’를 보면 첫 개발 당시 동래온천은 심도 6~9ｍ에서부터 온천수가 분출했으나, 오늘날 온천공의 심도는 약 100ｍ에 이른다. 시공사가 동래구에 제출한 아파트 설계 계획안을 보면 지하 약 12ｍ까지 땅을 파 내려가는 것으로 돼 있다. 현실적으로 아파트 공사가 온천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동래온천의 수위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완전히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산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땅속이다 보니 지하수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동래온천 심도는 100ｍ 정도 되지만 이에 변동이 발생하면 (온천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온천협회와 시공사 측은 최근 면담을 갖고 아파트 착공 전에 온천자원조사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온천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착공 전후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