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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84> 판과 범 : 모두 연관된 세상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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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1-01 18:56:3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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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나베(なべ, 鍋)에서 온 우리말 냄비는 영어로 판(Pan)이다. 왜 Pan일까? 모든 식재료를 넣고 끓이기에 판인가? 그럴 만한 실마리가 있다.

   
모두(汎)에게 공포를 주는 Pan.
일설에 의하면, 헤르메스는 트로이 전쟁터에 간 오디세우스 아내 페넬로페에게 반해 집적거렸다. 페넬로페가 꿈쩍도 안 했기에 숫염소로 변신했다. 외로운 여인은 염소를 끌어안고 잤다. 이때 헤르메스는 페넬로페와 하룻밤을 지냈다. 아이가 태어났다. 염소뿔과 염소다리를 가진 반인반수(半人半獸)였다. 헤르메스는 이 아이를 신들이 사는 세계로 데려갔다. 모든 신을 기쁘게 하였기에 모두라는 뜻에서 ‘Pan’이라 불렸다. 하지만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판은 모두에게 겁을 주는 야성의 신이 되었다. 호색적이었기에 사람이건 요정이건 이쁘면 달려 들었다. 판이 나타나면 모두 질겁했다. 패닉(panic) 상태가 되었다. 판이 범하려 한 요정 시링크스는 갈대로 변했다. 판은 갈대로 피리를 불었다. 팬플루트(Pan-flute)이다.
all≒모두≒Pan. 파노라마, 판옵티콘, 판도라, 판게아, 판토마임, 파나소닉, 판아메리카 등에서 판은 모두를 뜻한다. 모듬솥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모듬냄비라는 단어는 있다. 냄비에 모두 넣고 끓이기에. 모두에 해당하는 한자는 범(凡→汎)이다.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말이다. 판과 발음이 왠지 비슷하다. 냄비와 Pan에 연관이 있듯이 Pan과 凡에도 관련이 있을 법하다. 세상만사 세상만물은 이리저리 복잡하게 연기(緣起) 연관(聯關)돼 있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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