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서 노숙하며 살아 온 50대 여성을 ‘묻지마 폭행’으로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 남성을 상해치사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이례적으로 살인 혐의 를 적용했다.

31일 창원지검 통영지청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박모(20)씨는 지난달 4일 새벽 거제시 고현항 크루즈터미널 인근에서 쓰레기를 줍던 A(여·58)씨의 머리와 얼굴을 수십 차례에 걸쳐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건장한 체구의 박 씨는 A 씨에게 20분 이상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하의를 벗겨 유기한 뒤 달아났다. A 씨가 숨졌는지 박 씨가 관찰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CCTV에 담겼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출혈, 다발성 골절 등으로 숨졌다. A 씨는 가족 없이 홀로 살며 오랜 기간 노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키가 140㎝에 못 미치고 체중도 40㎏이 안될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다. 반면 박 씨는 180㎝가 넘는 건장한 체격이었다. 박 씨는 길을 가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시민 3명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박 씨는 군입대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술에 의존했고, 함께 술을 마신 지인을 폭행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여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씨가 살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려고 계획적으로 약자를 골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씨의 휴대전화에 ‘사람이 죽으면’,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사람이 죽으면 목이 어떻게’ 등 문구를 검색한 기록이 있는데다 CCTV에 나타난 폭행의 잔혹성을 감안해 살인혐의를 적용했다. 이런 잔혹함을 볼 때 맹목적으로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심리상태를 정밀 분석하는 등 ‘계획적 살인’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보강하고 있다. 검찰은 박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