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관료 낙하산’ 깨고

- 인사 패러다임 확 바꿔야

23년 만에 지역정권 교체에 성공한 오거돈 부산시장호가 공공기관장 인선 파문의 후폭풍으로 출범 5개월 만에 휘청거린다. 특히 인사청문회 통과가 확실한 인물을 찾는다고 해도, 재공모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임명은 어려워 공공기관 수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인사청문회 대상 6명 가운데 자진사퇴한 정경진, 김종철 후보자를 제외하고 시의회의 검증을 통과한 나머지 4명을 오는 4일께 임명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시는 또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지방공단 스포원 사장을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선임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적임자 물색 등을 놓고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 바쁜 일정을 앞둬 연내 인사청문회가 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향후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에서도 ‘엘시티와의 관계’는 최대 검증 요인이다. 지난해 3월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은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이 공직자 100여 명에게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모두 2억 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했다고 발표했었다. 검찰은 이 회장으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골프 접대나 선물을 받은 ▷시 고위 공무원 4명 등 전·현직 18명 ▷엘시티 인허가를 다루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한 교수 6명 ▷부산도시공사 최고위직 3명 등 28명의 명단을 기관통보했다. 내로라하는 시 전·현직 관료들은 십중팔구 포함됐다. 브로커(유상봉)의 진술에 의존했던 과거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수사 때와는 달리 검찰은 엘시티로부터 선물을 수수한 횟수와 금액까지 적힌 명단을 시에 넘겼다.

당시 부산지검 고위 관계자는 “사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였다면 기관통보 명단에 들어가지 않은 공무원들도 전부 처벌 대상이어서 시가 정기 인사를 새로 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가까이 함바가 부산시정을 괴롭혔다면, 앞으로 10년은 ‘엘시티의 망령’으로부터 부산 관료 사회가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고위 관료 출신의 공공기관행 인사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선 출범 이후 사실상 30년 넘게 이어진 전직 고위 관료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끝내고 인사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은 “시민의 눈높이가 달라졌으므로 엄중한 도덕적 기준에 맞춰 공직사회 기강을 다시 한번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영 김미희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