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원장 박은경)은 인문도시지원사업의 하나로 ‘인문학 콜로키움’을 지난 29일 승학캠퍼스 인문과학대학에서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서강대 임지현 교수

‘화해와 상생의 인문학 :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주제로 열린 이날 콜로키움에서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일본인 작가 요코 왓킨스(Yoko Kawashima Watkins)의 자전적 소설인 『요코이야기』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권터 그라스의 소설 『게걸음으로 가다』를 통해 희생자 의식이 어떻게 탈역사화되고 다시 조직되는지 설명했다.

『요코이야기』는 1986년 처음으로 간행,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했을 당시 11세 소녀였던 작가와 그 가족이 생명에 대한 위협, 굶주림, 성폭행 공포 등을 겪으면서 함경북도 나남에서 일본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국적을 잠시만 잊는다면, 전쟁이 한 가족의 삶을 어떻게 고난에 빠뜨리는지 담담하게 묘사한 성장소설’이라는 첫 번역 발간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책은 흘려버리기 쉬운 평범한 책으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2006년 『요코이야기』가 6학년 역사과목의 리딩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미국 보스턴과 뉴욕에 거주 중인 한국계 미국인들은 이 책이 식민주의와 전쟁 피해자인 한국인들을 가해자로 묘사하고, 가해자인 일본인들은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임 교수는 “동아시아 역사에 무지한 미국 학생들에게 식민주의의 희생자인 한국인이 폭력적 가해자로, 일본인이 무고한 피해자로 각인될 수 있다는 그들의 항의는 미국적 맥락에서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실 사회주의의 범죄적 과거를 대면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그들과 우리 사이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의 말을 인용, “탈역사화된 희생자 의식에 기초해 있는 일본 평화주의가 작가의 개인적 기억의 사회적 매트리스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걸음으로 가다』는 독일 피난민 8천 여 명을 싣고 그디니아(Gdynnia)를 떠나 독일을 향하던 여객선 ‘구스틀로프(Wilhelm Gustloff)’호가 소련 잠수함에 의해 격침된 비극적 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지난 2002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1959년 ‘코텐하펜의 밤(Nacht ueber Gotenhafen)’이라는 영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독일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그리고 나치즘을 옹호하고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게걸음으로 가다』는 독일인들의 희생에 대한 공적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를 제공했지만 연합국의 독일 드레스덴 폭격이나 동프로이센으로부터 강체 추방?이주를 당한 근거를 통해 독일인들을 절대적 희생자로 만드는 1990년대 수정주의적 흐름을 비판하고 있다.

임 교수는 “독일인들의 희생을 나치의 잔학 행위에서 떼어 놓고 탈역사화하는 집단 기억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를 식민주의적 지배 역사에서 제외시키려는 일본의 집단적 기억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절대화된 희생 기억은 탈냉전 시기 독일과 일본이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민족주의를 강화시키는 도구”라고 말했다.

한편 인문도시지원사업은 일반인에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장을 제공, 문화콘텐츠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등 지역의 인문자산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되는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