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센터 민간위탁 주도하자
- 공무원노조 “월권” 문책 건의
- 朴 “혁신도 내 탓” 상처에 결심
- 신공항·오페라하우스 재검토 등
- 市 중요 현안·정책 표류 위기

민선 7기 부산시정의 핵심라인이었던 박태수 정책특보가 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막 출발한 ‘오거돈호’가 난기류를 만났다. 박 특보는 이정호 부산발전연구원장과 함께 오 시장이 가장 신뢰하는 정책 참모다. 따라서 오 시장이 받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 원장과 달리 박 특보는 부산시청 내 보직을 받아 가까이서 시장을 보좌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시장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주창하고 주도해왔던 인물이라 민선 7기 부산시정이 출범 넉 달 만에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태수(왼쪽 두 번째) 부산시 정책특보가 지난달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관련 용역 중간 보고를 듣고 있다. 국제신문 DB

■혁신 둘러싸고 논란

박 특보가 사직서를 제출한 직접적 발단은 낙동강에코센터 민간위탁을 둘러싼 공무원노조와의 갈등이다. 오 시장의 지시에 따라 시 사업소인 에코센터의 운영을 민간에 맡기는 방안을 정책특보가 주도하자 공무원노조가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시장에게 “엄중히 문책하라”고 건의했다. 노조가 이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5일 오 시장과 박 특보는 함께 노조 사무실을 찾아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나, 노조는 박 특보의 ‘월권행위’를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박 특보는 “내년 공무원노조 선거를 앞두고 뚜렷한 ‘성과’가 없자 현 노조 집행부가 저를 꼬투리 삼아 돋보이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직서 제출의 직접적 원인은 에코센터 민간위탁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취임 초기부터 조직 혁신을 주도하던 박 특보에 대한 보수적인 공직사회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공무원들은 그간 “정식 보고라인도 아닌데 모든 간섭을 다하며 상왕 노릇을 한다”며 박 특보를 비판해왔다. 박 특보 측은 “변화에 대한 거부, 기득권 지키기로 정당한 혁신 조처조차 ‘박태수 탓’으로 돌리는 조직문화가 한몫했다. 본인이 살아온 삶마저 폭력적으로 부정당한 데 대한 상처도 컸다”며 “정권교체를 한 시민의 뜻을 관철시킬 강력한 실천이 필요한 시기여서 자신 때문에 시정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판단해 물러나려 한 것 같다. 정책특보로서 시 현안 관리, 국비 확보 등 대외협력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대단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신공항이나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문제, 오페라하우스 재검토 등 시의 중요한 현안 과제 대부분을 그가 관리해왔던 터라 앞으로 시정 운영이 삐걱거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페라하우스 재검토 건은 30일부터 하루 105만 원의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금이 발생해 시장의 정책 결정이 시급한데, 박 특보가 갑자기 빠지면서 현안이 길을 잃고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오 시장 사퇴 반려

오 시장이 이날 오전 박 특보의 사직서 제출 소식을 듣고 격노하면서, 일단 사표를 반려했다. 이어 이날 오후 열린 노사협의회에도 항의의 뜻으로 불참했다. 부산의 개혁과 변화가 공직사회에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보의 사퇴는 혁신을 거부하는 집단에 굴복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에 더욱더 사직서를 수리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현안 해결의 키를 쥔 참모인 박 특보가 당장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사직서를 반려해도 이미 마음이 떠난 박 특보를 어떻게 돌려세울지가 관건이다. 애초 박 특보는 정권 초기 1년 정도 기틀을 잡고, 청와대 스태프로 갈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떠나는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어서 박 특보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