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기태 구청장 “관내 공연장 없어
- 기본계획용역 타당성 반영 문제 없다”

- 김도읍 의원 “체육시설이 합리적
- 지방자치법 위반 감사 요청” 팽팽

- 준공 내년서 2021년으로 연기돼

부산 강서구(구청장 노기태)에 들어설 예정인 문화복합시설의 공연장 도입 여부를 두고 강서구와 지역 국회의원 간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강서구와 필요 없다는 국회의원 측 모두 사활을 걸면서 여당 구청장과 야당 국회의원의 힘겨루기로 비치는 모양새다.

부산 강서구에 건립 예정인 명지문화복합시설의 공연장 도입 여부를 놓고 한국당 김도읍(왼쪽)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노기태 강서구청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배경 사진은 문화복합시설 조감도. 강서구청 제공

부산 강서구는 26일 명지문화복합시설건립 재공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명지동 근린공원 내에 들어설 문화복합시설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2251㎡ 규모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00억 원을 투입해 건설한다. 900석 전후 중공연장과 300석 전후 소공연장을 포함한 공연시설(6766㎡)과 체육시설(3564㎡), 부대시설(1921㎡) 등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공연시설을 바라보는 강서구와 자유한국당 김도읍(북구강서구을) 의원의 시각차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강서구는 관내에 공연장이 없는 만큼 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기본계획용역에 공연시설의 타당성이 반영됐고 문화전문가 회의에서도 음악전용홀 같은 공연시설을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문제없다는 것이다.

반면 김 의원 측은 공연장은 적자가 뻔해 육아지원센터나 체육시설을 늘려 전 계층이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용역도 강서구 임의로 진행됐으며 주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공연장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LH가 강서구민 2194명을 대상으로 복합시설에 필요한 시설 종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체육공간(36%) 공연공간(29%) 교육공간(2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체육시설이 1위이지만 기본계획 면적비율은 공연시설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문화복합시설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당초 내년도에 준공을 계획했지만 현재는 2021년까지 미뤄졌다. 기본계획수립 용역은 이미 두 차례나 중지됐다.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2일에는 김 의원이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강서구가 부산시와 관리·운영비 협의를 하며 구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LH와의 세부협약서에 따라 운영적자분 75%를 부담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며 감사 요청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강서구 인근에 을숙도문화회관이 있어 굳이 사업성과 효용가치가 낮은 문화회관을 지어 수십 년간 혈세를 낭비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공연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상당하다. 공청회 등을 열어 정확한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하며 공연시설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도 공연시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현재 모든 문화행사를 학교 강당과 체육관 등에서 진행하는 수준이다. 공연시설을 수익성만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벗어나야 한다”며 “육아지원센터는 2021년 별도로 건립을 추진 중이며 공연장이 향후 인구 35만 명 구민을 위한 문화생활을 책임질 것이다. 지역문화발전의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문화복합시설은 준공 후 시에 기부채납되며 관리·운영 부분은 상호 협의를 거쳐 별도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며 “법제처의 유사 사례를 볼 때 강서구가 추후 이관받을 때 구의회 의결을 거치면 돼 지방자치법 위반이 아니다”고 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