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전·현직 사장 등 7명 입건

- 필기시험 없고 허술한 전형 탓
- 항만 유관기관 직원 자녀까지
- 전방위적으로 부당 채용한 듯

부산항만공사(BPA)로부터 항만 안전 관리를 위탁받은 업체의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현직 사장을 포함한 전·현직 간부들이 서류전형 결과를 손바닥처럼 뒤집고 지인의 자녀나 인척을 부당하게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공개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특정인을 채용한 혐의(위계·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부산항시설관리센터(이하 센터) 강재화(60) 사장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이들은 강 씨를 비롯해 전·현직 고위 간부로 김모(59) 본부장, 백모(57) 당시 경영지원실장, 김모(61) 당시 상무, 김모(63) 전 전무, 최모(62) 당시 전무, 추모(63) 전 사장 등이다. 피의자들은 주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구제해 면접장에 앉힌 뒤 높은 점수를 주는 수법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센터 직원 수가 340여 명이며, 신입 사원의 초봉은 24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규모가 큰 회사지만 윗선 지시에 서류전형 결과는 쉽게 뒤바뀌었다. 특히 센터와 부산항만공사, 부산항보안공사 등 관련 기관에 근무한 직원의 자녀가 특혜를 봤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8월 채용에서 센터와 부산항만공사에 근무하는 직원의 딸과 인척 등 지원자 2명이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없어 서류전형에서 떨어지자 손을 써 합격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2개월 뒤엔 부산항보안공사 본부장인 A(63) 씨의 아들 입사에서도 이 같은 부정을 저질렀다.

고위 간부인 만큼 대상자를 면접장에 앉히면 손쉽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경찰은 김 본부장과 백 전 경영지원실장이 공모해 이들 3명의 면접관 노릇을 했고, 면접 과정에서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을 숨겨 주는 한편 다른 면접관들에게는 지원자의 부모가 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한 식구’라는 사실을 알려 높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골적인 ‘타깃 채용’도 이뤄졌다. 백 전 경영지원실장의 처조카는 2014년 6월 센터 채용에 합격했는데, 이는 백 전 실장이 손을 써 자신의 처조카만 단독 지원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전·현직 사장도 비슷한 수법으로 부당 채용에 가담했다. 강 사장(해양수산부 출신)과 최 전무(부산항만공사 출신)는 센터 행정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채용 관련 평가 서류가 허위로 작성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혜를 입은 대상자는 과거 해수부 근무 시절 알게 된 지인으로, 당시 채용 경쟁률은 101 대 1로 치열했다. 추 전 사장은 센터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12월 종친회에서 알게 된 지인의 아들이 기술직에 응시하자 서류전형을 생략하게 하고, 면접에 앞서 면접관들에게 연락하는 등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전·현직 사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센터는 채용 시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으며, 적법한 서류전형 결과도 고위급 지시에 따라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구조”라며 “구조 개선을 비롯해 부당하게 채용된 6명의 채용을 자체 취소하는 조처를 센터 측에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