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장비도 제대로 안 갖추고
- 한밤에도 ‘쌩쌩’ … 사고 위험
- 처벌규정 없어 단속 속수무책

심야 부산의 도심에서 1인용 전동 킥보드가 시속 60㎞ 이상의 속도로 차도 위를 내달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킥보드는 개조해 속도 제한을 푼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어 대책 마련이 촉구된다.

시민 김모(수영구 광안동) 씨는 지난 20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업무차 스쿠터를 타고 집에서 동구 초량동으로 향하던 중 경성대 인근 도로에서 검은색 전동 킥보드를 목격한 것.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 킥보드는 시속 60㎞로 달리던 김 씨의 스쿠터를 훌쩍 앞질렀다. 킥보드 운전자는 약한 전조등에 의지하며 헬멧만 쓴 채 킥보드 위에 서서 차선을 옮겨 다녔다.

김 씨는 비상등을 켠 채 킥보드 뒤로 따라붙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킥보드가 한밤중 고속으로 차도를 달리는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다. 김 씨는 “사이드미러가 없다 보니 킥보드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달리며 자꾸 뒤를 돌아보는데 균형을 잃을 것 같아 불안했다. 킥보드를 보지 못하는 차가 있을까 봐 비상등을 켜고 뒤따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 블랙박스에 담긴 킥보드 주행은 위태로워 보였다. 대연고개, 문현고가교를 지나 문현교차로에 이르기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동행이 15분가량 이어졌다. 김 씨는 “킥보드 최고 시속이 80㎞는 돼 보였고, 주변 버스와 승용차는 비상등을 켜거나 속도를 줄였다. 킥보드는 자성대 고가로를 타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고시를 통해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전동이동기구의 안전 요건을 신설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동 킥보드의 최고 속도가 시속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속으로 달리는 전동 킥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 검색 엔진에는 킥보드 속도 제한을 푸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드라이버와 커터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인터넷상에 수십 개의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를 단속할 근거는 없다. 경찰과 지자체의 말을 종합하면 일반 차량은 과속 때 도로교통법에, 불법 개조 때는 자동차관리법에 저촉된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는 ‘차량’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제한 속도를 넘겨 과속 단속 CCTV에 찍히더라도 번호판이 없어 특정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는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공단 노유진 박사는 “시속 25㎞를 넘길 수 있는 탈것엔 면허가 필요하다. 현행 고시는 전동 킥보드를 시속 25㎞를 넘기지 않는 레저용품으로 보지만, 개조한 과속 전동 킥보드가 도로를 달리는 게 현실”이라며 “킥보드 면허를 도입해서라도 최소한의 운행 교육을 시행하고 불법 운행을 근절할 단속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동 킥보드 이용은 급증세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가 7만5000대이며, 5년 안에 2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