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 하라”

경남 양산 천성산을 관통하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에 반대해 지율스님이 단식 농성과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면서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6조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C일보의 보도는 허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9일 지율스님이 C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율스님은 2003년 2월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천성산터널 공사를 시작하려고 하자 도롱뇽이 서식하는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정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 노선 검토를 추진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2003년 9월 공사를 재개했다. 그러자 지율스님은 법원에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공사는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2004년 8~11월, 2005년 8월, 11월 중단됐다. 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은 2006년 6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C일보는 2012년 9월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터널…6조 원 넘는 손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천성산 터널을 비롯 화물연대와 철도노조 파업 등 사회적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모든 현안에 관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 당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다. 지율스님은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51억 원에 불과한데도 손해가 6조 원이 넘는다고 허위로 보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기사의 중요 부분이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기사의 제목과 내용 등을 종합하면 독자들에게 원고의 단식 농성 등으로 공사가 지연돼 6조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적시해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며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