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하는 행위는 정보통신 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1부(이윤직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8)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 씨는 포털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에 자동으로 대량의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거나 SNS에 ‘좋아요’를 표시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 5종을 개발했다.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423회 판매해 4억5200만 원의 이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보통신망법은 ‘누구든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 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멸실 변경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달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1심은 A 씨의 매크로 프로그램이 포털의 필터링 기능을 무력화시켜 광고 게시글을 불특정 다수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카페 등의 랭킹 산정에 영향을 미친 ‘악성 프로그램’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매크로 시스템이 포털의 필터링을 우회하도록 한 것에 불과할 뿐, 필터링 시스템에 다른 기계적 신호나 정보를 개입시킨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포털에 어떠한 장애를 일으킨 증거가 없고, 포털의 접속자 수에 비춰보면 과도한 부하를 주는 등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매크로가 포털의 이용 정책에 위배된다고 해도 정보통신망법 조항을 확대 해석해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포털이 필터링을 강화해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