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집주인과 세입자를 속여 수억 원을 착복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16일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계약을 중계하며 사기 계약을 맺어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로 부산진구 초읍동 소재 오피스텔 관리소장 이모(53) 씨를 구속했다. 이 씨는 2012년 10월 이 오피스텔 월세방에 입주하려는 A 씨를 속여 월세가 아닌 2년 전세 계약을 해 전세금 명목으로 4500만 원을 받아 챙기고, 집주인 B 씨에게는 월세 계약을 맺었다고 속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씨가 이런 수법으로 올해 7월까지 22명을 속여 8억75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문서 위조 등 범행에 가담한 관리사무소 직원 C(여·41) 씨와 C 씨의 남편 D(41)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 씨가 10년 넘게 이 오피스텔 관리소장으로 일하며 계약 갱신이나 이사 때 중재·관리 역할을 맡으면서 집주인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 씨는 “임대 계약 권한을 위탁받았다”며 위임장을 위조해 세입을 원하는 이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월세로 나온 방이지만 이 씨가 세입자들에게 2년 전세 계약을 요구하며 전세금 명목으로 한 번에 3500만~4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집주인도 이 씨에게 놀아났다. 이 씨는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해놓고도 마치 월세 계약을 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미고, 전세금 명목으로 받은 돈 가운데 매달 35만 원 안팎의 돈을 월세인 것처럼 집주인에게 보냈다. C 씨가 문서 위조를 맡았고, 세입자 가운데 집주인과 통화를 원하는 이가 있으면 D 씨가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세입자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씨가 세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했다. 이 씨는 이렇게 받은 8억7500만 원 중 1억 원가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금 명목으로 피해자 한 사람당 수천만 원의 돈을 받는 범행이 계속됐다. 세입자 가운데 계약이 끝나 방을 빼는 사람이 생기면 이 돈으로 전세금을 돌려줘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며 “이 때문에 본인이 사기 계약을 당한 사실도 모른 채 오피스텔을 떠난 세입자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