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인 듯 사립 아닌 듯’ 애매

- 보조금 아닌 지원금 명목 예산
- 전용해도 횡령죄 성립 안 돼
- 회계 시스템도 없어 관리 사각

# 부산시 어린이집도 특정감사

- 지원금 적정 사용 집중 점검
- 적발 땐 환수·운영 정지 처분
- 필요하면 형사고발도 검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후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 유치원이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원비를 제멋대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부모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사립유치원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 회의에 참석한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립유치원 비리 감사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으며, 교육부는 오는 18일 최종 방안을 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와 과정이 이처럼 논란이 되는 이유는 어정쩡한 신분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교육기관은 소유나 운영 주체에 따라 크게 공립과 사립으로 구분된다. 부산지역 유치원을 보면 국공립 99개, 사립 298개로 사립이 3배가량 많다.

사립유치원의 운영 주체는 개인(혹은 법인)이다. 그러나 교육기관의 특성상 국가가 만든 교육 과정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치고 대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대표적인 항목이 유아 학비(누리과정운영비), 방과후과정 지원비, 교원 처우 개선비, 학급 운영비 등이다. 부산만 보면 사립유치원에 지원된 유아 학비가 1024억 원(1인당 22만 원), 방과후과정 운영비 192억 원(1인당 7만 원), 학급운영비 30억 원(교실당 25만 원), 교원처우개선비 200억 원(교사 1인당 46만~59만 원)으로 한 해에만 약 1446억 원이 투입된다.

이처럼 적지 않은 혈세가 투입되지만 그동안 사립유치원은 제대로된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도 됐고, 원생수를 조작하거나 원비를 받아 엉뚱한 곳에 사용해도 확인이 어려웠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도 4년에 한 번씩 감사하기로 하고 2013년부터 종합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첫해 24곳을 시작으로 매해 20~70곳을 감사해 올해까지 한 주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감사 결과가 공개되어도 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사립학교법이나 유아교육법 등에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시·감독도 포괄적으로는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사립유치원 감사를 명시한 법률이 없어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의 반발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 경기도에서는 감사를 둘러싸고 유치원 측이 교육감과 감사 담당자를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시교육청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단 관계자는 “유치원에 지원되는 예산은 지원금으로 전용하면 사기죄가 적용된다. 보조금으로 바뀌면 횡령죄가 적용돼 처벌 강도도 세진다. 이에 그동안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고 이번 기회에 이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16일 대책 마련을 위한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 회의를 열었으며, 18일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부산시는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구·군과 합동으로 3개 반, 54명의 감사관을 투입, 시 보조금을 받는 모든 어린이집(1897개소)을 특정감사한다. 보조금 사용이 적정한지는 물론 급식·위생 관리 실태, 등록인원 적정성, CCTV 운영 및 관리 현황, 통학버스 안전장치 설치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한다. 올해 기준 연간 부산지역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국비·지방비 보조금은 총 6020억 원에 달한다.

이선정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