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끊어질 것 같아도 전통방식 고수
- 마을 어르신들 “녹차 먹어 건강한가봐”

해마다 봄 녹차를 덖는 철이 되면 필자가 사는 목압마을은 녹차향으로 온 마을이 향기롭다. 마을의 모든 집이 녹차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팔자가 차밭에 자생하는 고사리를 제거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집에 딸린 ‘녹차작업장’에서 차를 덖고 있는 장면으로, 사람마다 방법이 다르지만 필자는 불 온도를 조절해가면서 아홉 번 덖고 여섯 번 비빈다.

요즘은 녹차 농사에 문제가 생겼다. 찻잎을 딸 손이 없다. 차밭이 대부분 산에 있어 어르신들은 오르는 데 쉽지 않다. 채다하는 것은 시기가 있어 하루라도 늦으면 우전 등 원하는 잎을 손에 넣을 수 없다.

필자는 부엌에 딸린 창고를 ‘녹차작업장’으로 개조해 제다를 한다. 방법은 솥단지에 덖은 후 옆에 있는 멍석에서 비빈다. 집집마다 녹차를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공개도 하지 않는다. 필자는 불 온도를 조절해가면서 아홉 번 덖고 여섯 번 비빈다. 어느 방법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농부의 생각과 차맛의 선호도, 불의 사용 정도 등에 따라 제다법은 모두 다르다. 어떤 집에선 살청기(녹차를 덖는 기계)와 유념기(녹차를 비비는 기계) 등을 사용한다.

필자는 아직 고집스럽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다를 한다. 해서, 구부려 차를 덖는 과정에서 허리가 끊어질 듯 고통스럽다. 실장갑을 네 켤레나 끼고 조심하면서 덖지만 손과 팔의 여러 곳에 불에 덴다. 녹차를 비비는 이유는 찻잎에 상처를 내 차를 우려내기 위해서다.

녹차 한 솥 덖는데 필자의 경우 오후 8시에 시작하면 새벽 2시께 끝이 난다. 지나치게(?) 꼼꼼한 탓이다.

요즘은 녹차가 맛이 강하다고 해 부드러운 발효차를 많이 만든다. 필자도 내년부터는 발효차를 좀 만들 생각이다. 마실 거리가 다양해 소비가 많이 줄어 아예 생산을 포기하는 농가도 늘고 있어 안타깝다.

녹차의 효능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많다. 그 덕분에 이 마을 어르신들은 팔십대까지는 젊은이처럼 건강하게 일을 한다. 아흔이 넘어도 건강해 화개골에서는 백세 넘는 건 대단한 뉴스거리도 아니다.

다들 피부도 좋으시다. 어르신들은 “몰라, 녹차를 늘 마셔 그런가”라고 하신다. 특히 지방 분해에 특효를 발휘한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녹차 많이 마시면 몸에 기름기가 다 빠져 고기는 한 번씩 먹어줘야 해”라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