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보도로 추가 진실 드러나
- “시간에 쫓기지 말자” 채택 연기

- “제대로 된 조사활동 위해서는
- 부마항쟁법 개정안 통과가 먼저”

부마항쟁의 진실을 밝힐 진상조사보고서 채택이 다시 연기된다. 이는 진상규명위 자체 의결에 의한 것으로 연기 명분인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부마진상규명위)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보고서 채택을 다시 연기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애초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 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법)에 의해 지난 4월 12일 보고서를 채택해야 했으나 부실 보고서 논란이 일면서 지난 3월 활동 기한을 6개월 연장해 오는 12일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신문의 연속 기획 보도 등으로 항쟁과 관련한 추가 진실이 드러나고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완벽한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기한 연장이 불가피해졌다. 진상규명위는 지난 6개월간 수정 작업을 거쳐 단순 오류 등 32건의 내용을 보완했다.

예컨대 지난 2월 23일 공개된 보고서 초안에서 ‘창신초등학교에서 현재 부산시립병원 앞까지 진출한 500여 명의 학생은’이라고 돼 있던 부분을 ‘현재 부산의료원이 위치한 곳까지’로 수정했다. 당시 부산시립병원은 그곳에 있지 않아 잘못된 내용이었다.

또 부마항쟁 진상 규명에 필요한 자료가 확보되고 있다. 최근에는 군검찰로부터 당시 참여자들 소송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고 국군기무사령부로부터 부산소요사태 상황 종합 등 당시 보안사령부가 보고받았던 자료도 확보했다. 다만 육군기록정보관리단 등이 넘기지 않은 자료가 있어 명확한 진상 규명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특히 핵심인 유치준 씨의 사망 관련성은 아직 결론을 짓지 못했다. 보고서 초안에서는 유 씨 사망이 부마항쟁과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돼 있으나 추가 자료가 확보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진상규명위는 처음부터 다시 사건 관계자를 만나 조사하고 있다.

진상규명위는 곧 위원회 내부 의결을 거쳐 보고서 채택을 연기하기로 했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역시 진상 조사 당시 추가 심의를 거쳐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6개월 조사 기간을 연장한 바 있어 부마항쟁 역시 기한 연장에 무리가 없다.

한편 공식적인 진상 조사 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부마항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오는 12일까지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진상규명위는 다음 달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를 목표로 관계기관과 국회의원을 만나 이 문제를 협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연스레 진상 규명 활동이 2년 더 연장된다.

진상규명위 측은 국회의원들이 개정안 통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약 40년 만에 밝혀지는 첫 국가공식 보고서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며 “그런 만큼 시간에 쫓겨 부실한 보고서를 내는 것은 보고서 작성 취지와도 맞지 않다. 우선 위원회 의결로 채택을 연기한 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부마진상보고서 채택 일지

-2014년 10월 13일 부마진상규명위 출범

-2017년 10월 12일 진상조사보고서 자료수집 완료

-2018년 2월 23일 진상조사보고서 초안 공개

-2018년 3월 19일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6개월 연장

-2018년 4월 12일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기일

-2018년 10월 12일 진상조사보고서 6개월 연장한 채택 기일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