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 과열되자 부산시에 사안 떠넘겨

낙하산 인사를 견제해야 할 임원추천위원회가 부산교통공사 박종흠 사장의 ‘꼼수 연임(국제신문 지난해 10월 18일 자 7면 보도)’을 알면서도 눈감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지난해 부산교통공사 사장직 공모 당시 열렸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명단과 회의록을 최근 입수했다. 당시 박 사장의 사장직 재응모를 두고 꼼수 연임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임추위에서 나왔지만 해당 사안을 임명권자인 부산시에 떠넘긴 정황이 발견됐다. 현재 공기업이나 출자·출연기관의 사장 또는 본부장 등 주요 임원은 임추위에서 추천해 시가 임명한다. 임추위가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시장이 이 중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30일 회의록을 보면 임추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사장은 재임 기간 저조한 경영평가 결과를 받아 연임 대상이 아닌데도 퇴임 후 사장직에 지원하면서 법망을 피했다. 지방공기업법상 사장이 퇴직 후 사장 공모에 응하면 막을 수는 없다. 회의록을 보면 지난해 10월 16일 3차 임추위 회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다. 한 임추위 위원은 “지방공기업법상 원칙적으로 임원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편법 연임처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른 위원이 “퇴임 후 공모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과열되자 임추위는 박 사장의 재공모 문제를 시에 떠넘겼다. 3차 회의에서 논의가 과열되자 법률적인 문제는 시 소관이라며 논의를 중단했다. 결국 시는 법적인 문제를 판단하지 않고 박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임추위 스스로 제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임추위가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구성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 7명인 임추위는 부산시장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공사 이사회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공사 이사회마저 12명 중 8명을 시장이 임명하면서 사실상 임추위의 과반수가 시장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관계자는 “박 사장에 이어 또 관피아가 사장에 앉아서는 안 된다. 임추위에 노조 혹은 내부 직원을 참여시켜 공정한 사장 임명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