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세무조사를 받은 철강·건설업체 운영자로부터 세금을 줄여주고, 세무조사 확대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억대 로비자금을 받은 전직 고위 세무공무원 출신인 세무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알선수재)로 불구속 기소된 세무사 강모(63) 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6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 사실을 보면 강 씨는 철강·건설업체 운영자 A, B 씨로부터 세금 감면, 추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2014년 3월과 6월 각각 착수금으로 1억1000만 원, 로비자금 명목으로 5500만 원을 받았다.

전남 한 철강판매업체 실제 운영자인 A 씨는 2011년 115억 원 규모의 공장부지를 조성하면서 자신이 실소유한 부산 한 건설회사와 외삼촌 B 씨가 실제 운영자인 경남 한 건설회사를 동원해 공사비를 부풀리고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 49억 원을 조성했다. 이 때문에 담당 세무서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부산과 경남의 두 건설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B 씨가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대신 A 씨와 철강 판매업체로 세무조사가 확대되지 않을 방법을 찾던 중 부산국세청 국장과 세무서장 등을 역임하고 2013년 퇴임한 강 씨와 접촉했다.

강 씨는 법정에서 “수임료를 받았을 뿐 공무원에게 줄 청탁자금을 받은 게 아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 씨가 받은 돈은 통상적인 세무 대리 대가로 보기에는 이례적이고, 전직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의 영향력을 기대해 지급했다는 A 씨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