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회 협의없이 책임자 등록
- 애초 다이빙대 설계와 다르게
- 시 예산 확보 무리한 경기 도입
- 서구, 수심 확인 점검도 없어

썰물 때 강행된 다이빙 대회로 참가자가 심하게 다친 것에 대해 주최 측인 부산 서구가 대회 안전계획안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떠올랐다. 그뿐 아니라 대회가 진행된 다이빙대는 본래 다리부터 입수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음에도 시비 확보를 위해 머리부터 입수하는 경기가 신설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구, 가짜 재해대처계획안 제출

부산 해양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제5회 전국해양스포츠대회에서 다이빙 경기 참가자가 목을 심하게 다친 사고(국제신문 지난 1일 자 5면 보도)와 관련해 서구가 공문서를 위조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26일 밝혔다.

서구는 지난 7월 이 대회의 재해대처계획안을 안전관리실무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 계획안에서 서구는 부산시 서구체육회를 대회 안전총괄책임자로 지정했다.

그러나 해경 조사 결과 체육회는 계획안에서 안전책임자로 등재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가 협의 없이 체육회를 안전책임자로 지목한 채 계획안을 작성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해경은 27일 체육회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한다. 해경은 계획안대로 체육회가 안전관리 책임을 지는지와 안전책임자로 지목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가를 파악할 계획이다. 만약 서구가 체육회의 동의 없이 명단에 올린 것으로 확인된다면 해경은 공문서위조죄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계획안이 허구로 작성된 정황이 엿보인다. 체육회는 행사 지원에만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서구 관계자는 “계획안 작성 때 체육회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것은 맞다. 다만 실무위원회 자리에서는 서구가 안전책임자라고 수정해 심의받았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해경은 서구가 수심 확인 등 사전 현장점검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화재 등의 사고가 일어날 일이 없고 지난 4번의 대회에서도 사고가 없어 점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타려 마스터스 다이빙 운영

해경이 사고 당시와 물때가 비슷한 지난 24일 오후 2시15분 사고지점 인근 3곳의 수심을 검측한 결과 평균 3.4ｍ의 수심이 기록됐다. 이는 국제수영연맹이 규정한 최소 수심 3.7ｍ에 미달하는 수치다. 애초 해당 다이빙대는 다리부터 입수하는 경기를 염두에 두고 설치된 것이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실제 2014년 1회 대회 당시에는 머리부터 입수하는 방식인 ‘마스터스’ 다이빙 경기가 없었다. 마스터스가 도입된 것은 2015년 2회 대회부터다.

당시 부산시는 해양스포츠 지원사업을 발표해 각 지자체 및 단체의 공모를 받았다. 서구는 바다카약 혼성부 비치사커 청소년부 마스터스 다이빙 등을 신설해 1700만 원을 타 냈다. 올해 대회에서도 27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시비를 받기 위해 설계 당시 고려되지 않은 ‘머리부터 입수’가 급히 추가된 것이 사고로 이어지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다이빙 코치 A(38) 씨는 “실내가 아닌 바다에서 진행된 경기인 만큼 더욱 안전에 신경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