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카페에 난자 기증 글 올려 접촉
- 300만~500만 원 받고 난임부부에 판매
- 생활비 없어 6회 걸쳐 2000만 원 받아

- 난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서
- 난자은행 등 합법적 대안 요구 높아

“300만 원에 난자를 사서 임신하세요.”
수차례 자신의 난자를 팔아 이득을 챙긴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이다. 늦은 결혼 세태를 비롯해 식습관의 변화, 각종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 증가로 아이 갖기가 뜻대로 되지 않는 불임·난임 부부가 늘고 있다. 덩달아 이를 악용하는 임신과 관련한 신종 거래가 증가하면서 수사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6일 자신의 난자를 돈을 받고 넘겨준 혐의(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미혼 여성 A(37)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300만 원에 난임 부부에게 난자를 파는 등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6회에 걸쳐 2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밝힌 A 씨의 수법은 이랬다. 난임·불임 온라인 카페에 ‘난자를 기증받아 출산에 성공했다’는 가상의 성공담을 올렸다. 한시가 급했던 난임 부부가 글을 보고 연락하면 ‘출산에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연락해보라’며 연락처를 남겼다. 자신의 전화번호였다. 이후 이들 부부와 만나 300만~500만 원을 건네 받고 병원에서 난자를 순수하게 기증하는 것처럼 서류 등을 꾸민 뒤 자신의 난자를 적출해 상대에게 제공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를 벌려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털어놨다.

생명윤리법을 보면, 자신의 난자를 평생 3회에 걸쳐 남에게 기증할 수 있다. 돈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금지된다. A 씨는 자기 이름으로 3회에 걸쳐 난자를 판매했고, 나머지 세 차례는 제3자 명의를 도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단순히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난자 거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례는 유례를 찾기 어렵지만, 불임·난임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만큼 비슷한 일들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난임센터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하나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교 여자 화장실에 난임 부부라며 난자를 제공하면 사례하겠다는 문구들이 내걸리기도 했다. 난자 판매가 암암리에 횡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정당한 대가를 주고 난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무조건 법을 잣대로 금지만 하지 말고 난자은행 설립이나 관련 법을 현실화해 난임 부부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난임 여성은 “출산율만 올리자고 캠페인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A 씨는 난자 판매뿐 아니라 대리모로도 돈을 벌려고 했다. A 씨는 한 난임 부부에게 1660만 원을 받고 시험관을 통해 수정란을 자신의 몸에 착상시켜 대리출산을 시도했지만, 중간에 유산돼 실패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난자 판매 여섯 건 외에 두 부부에게 각각 600만 원과 800만 원을 받고 난자를 팔려다 경찰에 붙잡히면서 미수에 그쳤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