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구역 장기간 감시 효과 살펴야

길고양이 개체 수 관리를 위해 부산시가 매년 억대 예산을 투입하는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TNR) 사업의 효과를 검증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십억 원의 시민 혈세가 투입된 사업의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TNR 사업에 국·시비와 구비 등 사업비 22억5900만 원을 투입했다고 17일 밝혔다. 2014년 1억2900만 원으로 시작해 시 동물복지 TF가 생기던 2016년 3억2000만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9억8200만 원으로 10억 원 가까이 배정됐다. 그간 1만9000여 마리가 중성화됐다.

문제는 2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하는 동안 효과 검증을 위한 용역 등 연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부산에 길고양이가 몇 마리가 있는지에 대한 파악도 부실하다. 시는 부산 길고양이가 10만 마리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부산의 자체 조사가 아니라 서울시가 용역을 통해 얻은 결과값(13만 마리)에 임야 면적 등만 부산 수치로 환산해 얻은 추산치다.

반면 최근 길에서 차에 치어 죽는 이른바 ‘로드킬’을 당하는 고양이가 늘어나면서 업무 시간 외 사체 처리 위탁을 맡기는 지자체가 속속 생겨났다. 지난해 8월부터 사체 처리를 위탁한 사하구 집계를 보면 연중 로드킬에 따른 사체 처리 건수가 급증하는 시기는 고양이 번식기인 5~10월과 일치한다. 올해 1월 17건이던 처리 건수는 5월 25건으로 늘어 8월부터는 꾸준히 30건 이상을 유지했다. 위탁 예정인 동구를 포함해 서구 영도구 북구 동래구 금정구 해운대구 등 지자체가 지난해 8월부터 최근 사이에 업무 시간 이외에 로드킬된 길고양이 사체 처리를 민간에 맡겨왔다. 이들 지자체는 “업무 시간 외에도 치여 죽는 길고양이 수가 늘어나 처리 업무를 위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부산 전역이 어렵다면 관찰이 용이한 일부 구역에서라도 TNR 사업 효과 검증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팀장은 “부경대 캠퍼스 등 좁은 구역에서 전체 고양이와 수술된 개체 수를 파악해 3년 이상 장기 관찰하면 TNR 진행에 따라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무작정 예산을 집행하면 사업 필요성에 대한 시민 공감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