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입주차량 단지 출입금지
- 부산진구의회, 외부 감사 등
- 횡포 방지할 조례 제정 나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회의가 경비원이나 용역업체 등을 상대로 ‘갑질’ 전횡을 일삼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진구의회가 이런 전횡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와 경비원 A 씨의 말을 종합하면 A 씨는 지난 6월 말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3, 4월 이뤄진 단지 내 수목 가지치기 때 팔꿈치를 다친 게 원인이 됐다. 격심한 통증 탓에 A 씨는 이틀간 작업을 거부했다. 근로계약서상 A 씨 업무는 ‘감시 단속 업무’로 한정됐는데 몸까지 다친 상황에서 무리를 할 수는 없어서다. 하지만 이 일이 화근이 돼 A 씨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인 B 씨 간 고성이 오갔다.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록을 들어보면 A 씨는 B 씨로부터 “건방진 놈” “눈깔을 쑤시기 전에 (가라)”는 등 폭언을 들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A 씨는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실직했다.

A 씨는 이 같은 상황을 보다 못한 입주자 대표회의의 다른 대표에게서 도움을 받아 구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전지 작업과 폭언, 실직 모두 B 씨의 전횡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며 모욕 혐의로 B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 씨는 국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A 씨가 먼저 시비를 걸어 대응하는 과정에서 흥분해 막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또 자신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며 부산노동위원회에 소를 제기해 절차를 밟고 있다.

부산 북구는 지역 한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회의가 올해 초 단지내 관리·유지 업체에 비용 2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주민 신고로 사실관계를 조사한 북구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 재계약해주는 대신 3개월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던 것”이라며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지만, 처분사전통지서를 받은 대표회의 측이 기한 내 비용을 납부해 처벌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정구 소재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난 7월 위험하다며 단지 내 상가에 들어선 태권도장의 원생용 승합차를 상가 앞에 세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아파트 시공사 측이 지난달 말 관리사무소 측에 “상가 이용 차량의 단지 내 지상부 출입을 통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지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진구의회 한갑용 의원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파트 입주자 대표직을 맡아본 그는 “공동주택법은 직원 임면 등 공동주택의 중요한 결정을 입주자 대표회의가 결정하도록 권한을 주지만, 다수 주민이 무관심하다”며 “견제기구가 없고 이를 관리할 행정력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부산진구는 담당자 2명만 두고 있는데, 공동주택 민원 건수는 2014년 208건에서 지난해 347건으로 늘었다. 한 의원은 “5분 발언과 조례 제정을 통해 최대 6명으로 구성된 담당 계를 신설하고, 정기 교육, 외부 감사 등 필요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