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엔 굴삭기 시험 도전할 것”

- 기장농업기술센터 3기 교육생

- 면허 합격자 28명 전원이 여성

“처음에는 ‘내가 지게차를 운전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배워보니 생각보다 쉽더라고요. 내년에는 굴삭기에도 도전할 겁니다.”

7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 한 농가. 김부선(여·67) 씨는 페달과 3개 레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2.5ｔ 지게차를 몰았다. 검은 비닐로 덮인 거름 앞에서 잠시 멈춰선 김 씨는 신중히 포크를 맞춰 나무 팔레트 밑으로 끼워 넣었다. 리프트로 거름을 번쩍 들어 올린 김 씨는 거름을 뿌릴 밭으로 이동한 후 지게차에서 내렸다. 김 씨가 이날 운반한 거름은 20㎏ 포대 50개로 총 1ｔ에 이른다. 김 씨는 “이걸 트럭이나 수레로 옮긴다고 생각해봐요. 하루는 그냥 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달 3ｔ 미만 지게차 운전면허를 딴 후 싱글벙글이다. 농사일이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1995년 이전에는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어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해 남편이 새 직장에 취업하면서 농사는 김 씨만의 일이 됐다. 

다행히 남편 어깨너머로 트랙터 경운기 운전은 배웠지만, 조작법이 복잡한 지게차는 아들 2명에게 의지해야 했다. 아들이 모두 출가해 외지로 나간 후에는 무거운 것을 옮기는 작업은 아들이 도와주러 오는 주말에만 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약 8000평인 논에서 쌀농사를 짓고, 1000평의 밭에서 배추 등 작물을 키운다. 농기계 없이 이를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요즘은 탈곡·수매를 1ｔ 단위의 포대에 담아서 하므로 쌀 포대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지게차는 필수 농기계가 됐다. 

김 씨는 기장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농업기계 현장 이용 기술 교육 3기생’이다. 이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처음으로 시작됐다. 농업인 100명을 3기로 나눠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과정이다. 

1·2기와 비교해 유독 3기가 특별한 이유는 합격자 28명 전원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합격자 나이도 47~67세로 다양하다. 기술센터 관계자는 “1·2차에도 여성이 포함됐지만 90% 이상이 남성이었다. 3기는 모두 여성으로 구성해 전남 광주까지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교육 관계자가 처음 보는 일이라며 놀라더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농촌에서 농기구를 다루는 일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강서구가 진행하는 농업인대학의 농기계반 수강생 30명도 전원 남성이다. 

김 씨와 함께 지게차 면허를 딴 김경희(여·47) 씨도 “조경과 감·매실 농사를 짓는데 그간 시간당 8만~10만 원을 들여 지게차 기사를 불러 작업했다. 이제는 내가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농협과 센터에서 농기계를 빌려 활용할 생각”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