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 변경 등 656억 원 더 필요
- 부산시 160억 원 추가부담 결정
- 정부-서울대병원 분담비율 조율
- “각자 적게 내려해 합의 늦어져”

‘꿈의 암 치료기’ 중입자 가속기 도입이 ‘산 넘어 산’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을 준비하지 못해 표류하던 사업을 서울대병원이 대신했지만, 추가 사업비를 놓고 서울대병원과 정부·지자체 간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우선 160억 원의 추가 사업비를 맡기로 하고, 서울대병원과 정부의 분담금 조정 문제를 지켜보고 있다.

6일 부산시와 기장군 등 관계 기관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키스텝·KISTEP)에서 진행 중인 중입자 가속기 사업 적정성 재검토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복수의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키스텝의 적정성 재검토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키스텝은 원자력의학원이 750억 원의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 표류하자 2016년 9월부터 사업 적정성 재검토에 착수했다.

중입자 가속기 구축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확정된 것은 2009년 11월이다. 총 사업비는 1950억 원으로 주관 사업자인 원자력의학원 750억 원, 정부 700억 원, 부산시 250억 원, 기장군 250억 원을 분담키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돈을 들여 부지 조성·도로 개설 공사를 시작으로 2016년 5월 건물 전체면적 1만2922㎡의 중입자 치료센터도 완공했다. 그러나 2015년 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하며 사업이 표류했다. 이미 투입된 정부·지자체 예산이 총 1000억 원에 이르렀고, 건물도 지어진 상태인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때 750억 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서울대병원이 사업자로 등장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9월 과기정통부 부산시 기장군과 사업 정상화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656억 원으로 추정되는 추가 사업비가 변수로 나타났다. 추가 사업비가 필요한 것은 사업 기간이 는 데다 가속기 도입 시스템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기계가 정지한 상태로 사람이 돌아가는 사이클로트론 방식의 가속기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사람은 정지한 상태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방식인 싱크로트론 방식을 일본에서 도입하기로 변경했다. 싱크로트론 방식은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규모가 크다. 이에 완공된 치료센터의 확장 공사 등이 불가피해졌고, 장비도 더 비싸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든다.

시와 군은 지난 7월 진행된 관계 기관 내부 회의에서 이 금액의 분담에 대한 의견이 오갔고, 160억 원을 추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이 특혜라는 지적도 있지만, 부산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다. 지역 대학이 나서지 않았고, 서울대병원도 10년은 넘어야 이익이 남는다”며 “주민 할인과 지역 사회 환원 활동, 지역 인재 채용 등 지역에서 챙길 부분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496억 원은 정부와 서울대병원이 계속해서 줄다리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이사회 승인 절차도 남아 있다. 키스텝 관계자는 “각자 적게 분담하려 해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며 “늦어도 2개월 안에는 재검토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부산 중입자 가속기 도입 사업 경과 2009. 11 KDI 예타 최종 통과로 유치 확정 2010. 4 부산시·기장군·한국원자력의학원 협약 체결 2011. 5 부지 조성과 도로개설 공사 착공 2013. 11 중입자 치료센터 착공 2014. 5 가속기 기종 변경에 따른 사업기간 1년 연장 2015. 3 분담금 미확보로 사업기간 9월 연장 2016. 5 중입자 치료센터 완공 2016. 8 중입자 가속기 개발사업 적정성 재검토 착수 2017. 3 서울대병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17. 9 관계 기관 MOU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