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안전진단서도 최하등급
- 건물주 “복구에 2억여 원 추산”
- 시공사 “피해 발생부분은 보상”

부산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로 주변 상가 건물이 갈라지는 등 피해가 일고 있다. 해당 건물은 구조안전진단 결과 최하등급인 E등급이 나와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5일 피해 건물 건물주가 갈라진 바닥 사이로 손을 넣어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5일 오전 부산 사상구 괘법동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지난해 5월 공사를 시작해 현재 지상 19층 높이까지 건물이 들어섰고 마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공사로 인해 바로 옆 지상 3층짜리 상가 건물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 계단 곳곳엔 균열이 가 있었고 노래방과 당구장 등 4개 업소는 공사 여파로 한때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당구장은 바닥이 기울어 공을 칠 수조차 없게 돼 손님들이 게임을 하던 중 떠났고 지난달에는 영업 도중 당구장 천장에서 물이 새기도 했다. 업주 진명진(57) 씨는 “당구대가 평평해야 하는데 기울었으니 손님들이 게임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상으로 돌려놨지만 한 번 떠난 손님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공실인 1층은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이곳은 바닥이 길이 5ｍ 이상 갈라져 사람 손바닥이 들어갈 만큼 지반이 뒤틀린 상태다. 천장 역시 일부가 내려앉아 균형이 깨졌다. 이 때문에 건물주는 1년 넘게 임대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건물주 문모(58) 씨는 지난 6월 정밀진단업체에 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 E등급을 받았다. 피해를 원상복구하려면 2억30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피해가 심해진 것은 공사현장과 상가가 불과 1ｍ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가 건물이 1970년대에 준공돼 노후화되면서 피해가 컸다. 하지만 민법 242조에 따라 건물 경계선으로부터 50㎝ 이상 떨어져 있으면 건축이 가능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사상구가 문 씨 민원에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사상구 관계자는 “건축허가는 기준을 충족하면 해주도록 돼 있다.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시공사와 건물주 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의견 조율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 관계자는 “공사로 피해가 발생한 부분은 보상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건물주가 의뢰한 용역업체는 국가공인업체가 아니어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물주 문 씨는 “서울 금천구에도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대형사고가 나야 그때 가서 후회할 것이냐”며 “피해 부분은 정확히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