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 보완, 내년 복구완료 계획
- 3·1운동 벽화 등 4점도 정비
- “잊힌 독립투사 기림사업 추진”

지역 독립운동가 박재혁 의사의 벽화가 지워져 지자체가 최소한의 관리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부산 동구(국제신문 지난달 24일 자 6면 보도)가 벽화를 복원하기로 했다. 박 의사를 비롯해 잊힌 지역 독립투사들을 기리는 사업도 추진된다.

동구는 1억 원을 투입해 박 의사 벽화를 복원하고, 벽화가 있던 범일동 ‘독립운동가의 골목’ 일대를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박 의사는 일제 시기 일본인이던 부산경찰서장을 폭사시킨 의거를 감행한 인물로, 이 골목의 가로 3ｍ, 세로 1.5ｍ 담벼락에는 2013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벽화가 남아 있었다. 지난해 광복절에 문재인 대통령이 저평가된 지역 독립운동가를 기리겠다는 뜻을 밝힌 뒤 부산의 대표적 독립투사로 새롭게 조명됐으나, 벽화 손상 민원이 거듭 제기되자 동구는 지난 3월 이 그림을 페인트로 덮었다.

동구는 최형욱 구청장 지시에 따라 벽화 복원에 나선다. 단순 복원이 아니라 용역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설명 문구를 담는 등 보완한다. 독립운동가의 골목 일대에 자리한 태극기나 3·1 운동 당시 모습을 담은 벽화 4점을 보완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벽화는 야외에 있는 만큼 비바람에 강한 도료를 사용하며, 실제 복원은 내년 중 완료될 예정이다. 이 골목은 맛집이 밀집한 곳으로 세월을 견뎌오다 파손된 담벼락과 보도도 함께 정비된다.

복원 및 정비 사업은 국·시비 166억 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 ‘래추고(來追古) 자성대’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래추고 자성대는 2021년까지 박 의사 생가 지척의 자성대 공원 일대 11만3275㎡ 환경을 정비해 조방 상권 활성화를 꾀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도 동구는 좌천동 금성고 일대 벽면에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29명을 새겨 넣는 부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얼굴과 생몰 연도 등을 새겨 넣은 부조는 순국선열의날인 오는 11월 17일에 맞춰 제막된다.

최 구청장이 지역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히면서 관련 사업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 의사를 재조명하자는 분위기가 한창인데 민원 때문에 벽화를 덮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특히나 부산 출신 독립 운동가 81명 중 동구 출신이 29명으로 동구는 독립투쟁의 역사와 인연이 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역사를 기리는 분위기 등 추모 여건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 등 전문가 집담회를 통해 박 의사 등 지역 독립투사를 기리는 사업을 논의하겠다. 특히 박 의사 생가 복원과 관련해 현재 살고 있는 주민과의 사전 협의가 가능할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