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서 병원성 대장균 검출
- 급식 잠정 중단·수업도 단축

부산 남구 한 중학교에서 180여 명이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증상을 보이는 학생과 교직원은 전교생 587명을 비롯해 교직원 등 600여 명에 이르는 급식 인원의 30%가 넘는다.

부산시는 남구 한 중학교에서 다수의 학생과 교직원이 복통과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는 식중독 신고를 접수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일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설사와 고열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이튿날인 30일에는 80여 명에 달하는 학생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했고 학교 측은 31일 보건소에 신고했다.

부산시와 식약처 등 보건당국은 지난달 31일 공동조사에 나서 학생 120여 명에게서 고열과 설사 등의 식중독 의심 증상이 있음을 확인했다.

3일 현재까지도 주말 동안 새로 증상이 발견된 사람이 추가돼 식중독 증상자는 총 188명에 달한다. 교직원 2명도 포함됐다. 이 학교는 지난 16일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했다. 해당 학교 내 직영 급식소는 학생과 교직원 등 600여 명에게 급식하고 있다.

현장에서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신속검사에서는 ‘장응집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총 6명에게서 검출됐으며 이 균은 지정감염병인 병원성 대장균 중 하나다. 보건당국은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을 상대로 가검물을 채취하고 인체 검체 96건과 4일분 4끼(지난달 27~30일) 보존식, 칼 도마 등 환경검체를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4일 오후 나올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추가 증상자가 속속 보고돼 재적생의 31% 정도가 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발생한 점을 볼 때 급식 과정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원성 대장균의 잠복 기간(1, 2일)을 고려할 때 지난달 27, 28일께 제공된 급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한 감염병 전문가는 “노출 인원 대비 식중독증상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균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단순히 조리원의 부주의로 보기는 어렵고 외부에서 다량의 오염된 식자재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급식의 특성상 이 학교뿐 아니라 여러 곳에 식자재가 납품될 가능성이 크므로 꼼꼼하고 정확한 보존식 및 식자재 추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3일 정상 등교했으나 학교 측은 오전 수업만 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교내 급식소는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추가 증상자가 계속 나와 학교 측은 일단 4일까지 단축수업을 한 뒤 추후 급식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식중독균인 병원성 대장균은 동물의 대장 내에서 서식하는 균 중 일부 병을 일으키는 균을 말한다. 병원성 대장균은 여름철 식중독 원인균 중 가장 많다. 주로 오염된 물이나 식품 등을 통해 감염되며 오염된 강물이나 농업용수로 키운 채소를 바로 먹을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지난 7월 초 부산 해운대구 한 대형병원에서 직원 140여 명이 증세를 보인 집단 식중독사고의 원인균도 병원성 대장균으로 확인됐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