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고 전환 유도 방침 불구
- 오히려 인기 상승 가능성 높아
- 헌재 중복지원 가능 결정도 영향

지난 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최종 개편안과 고교교육 혁신방안이 공개되면서 외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는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는 등 2020년까지 고교체제 개편안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입에서 수학능력시험(수능) 비중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특목고·자사고의 인기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수능 전형(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정시 비중이 30%가 되지 않는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도 수능 전형 비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학의 학생부 교과전형 비율은 비교적 낮은 것을 감안하면 늘어나는 수능 위주 전형만큼 논술이나 특기자 전형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수시모집에서의 수능최저학력기준도 대학 자율에 맡겨 현행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2022학년도 대입에서 상위권 대학 입시는 ‘학종(학생부 종합전형)’과 ‘수능’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일반고보다 학종 준비에 유리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수능 준비에 강점이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인기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분석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헌재는 지난 6월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일반고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당초 교육부는 자사고·특목고(외고·국제고) 퇴출 1단계로 이들 학교와 일반고의 전형을 동시에 실시하고 중복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특목고 지원자도 일반고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돼 지원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만약 헌재가 자사고 학생의 일반고 지원을 막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본안에 대한 헌법소원 신청에서도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자사고와 특목고는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부산은 부산국제외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특목고의 수가 줄어들어 사상 최저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던 지난해 입시보다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부산지역 외고 3곳의 평균 경쟁률은 1.05 대 1로 2016년 1.12 대 1에 비해 하락했다.

내신 성취평가제 역시 변수다. 내신 성취평가제는 사실상 절대평가다. 특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모두 같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도입되면 특목고·자사고의 취약점인 내신의 불리함도 크게 줄어든다. 절대평가가 되레 특목고와 자사고 쏠림을 부추길 수도 있는 것이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권혁제 센터장(장학관)은 “특목고와 자사고는 비교과 관리를 잘해 수시 모집 학종 전형과 수능 위주 정시 모집 진학의 기회가 늘어나 지금보다 오히려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