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주소지엔 엉뚱한 가정집

- 해운대 등 피해사례 속출 불구
- 여전히 포털사이트 검색 노출
- 관광도시 부산 이미지에 먹칠

전국 최대 피서지인 부산에 ‘유령 펜션’ 주의보가 내려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네이버 검색을 통해 펜션 사이트에 접촉했지만, 아직도 일부 펜션 사이트는 여전히 검색돼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지역 고교생 김모(17) 양은 지난 10일 친구 10명과 엠티를 가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해운대 펜션’을 검색하니 H 펜션이 상위에 검색됐다. 홈페이지로 펜션을 둘러본 김 양은 카카오톡으로 대표에게 문의한 후 그날 오후 2시30분께 28만 원을 입금했다.

이후 일정이 당일치기로 변경돼 같은 날 오후 4시30분께 환불을 요구했으나, 해당 펜션 관계자는 “월요일에 입금하겠다”고 한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 양 등이 확인한 결과 해당 주소는 일반 가정집이었다.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은 모두 다른 펜션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양은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사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홈페이지만 있고 실체가 없는 ‘유령 펜션’은 이 펜션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최소 두 곳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N 펜션과 송정해수욕장 인근 N 펜션도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가 발생했다. 특히 송정 N 펜션은 H 펜션과 사업자 번호도 같은 것으로 확인돼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펜션 측에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통화하지 못했다.

해운대 N 펜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약 5건의 피해 사실이 접수돼 주소지로 가보니 펜션은 흔적도 없고, 일반 주택만 있었다”며 “통장을 확인해 보니 개설한 곳이 경북 경산이었다. 경찰 내규상 계좌 개설지에서 수사하도록 돼 있어 현재 경북 경산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다”고 설명했다. 해운대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해 현재 N 펜션의 사이트는 검색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머지 두 곳은 아직도 버젓이 네이버에서 사이트를 노출하고 있다.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네이버는 방관하는 모양새다. 피해자 A(23·제주) 씨는 “H 펜션을 지난 3일 예약한 후 지난 11일 부산으로 왔는데, 할머니 혼자 사는 가정집이었다. 다른 피해자도 있어 사기라는 걸 알았다. 네이버에 신고했지만 ‘경찰에 신고해라’는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B(38·경북 구미) 씨도 “지난 14일 네이버에 전화해 피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다음 날 ‘이미 파워링크에서 제외됐고, 더 조처할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내가 ‘지금도 펜션 사이트 중 맨 위에 링크돼 있다’고 하자 ‘정식으로 피해 사실을 작성해 주면 회의 후 게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피해자 C 씨 역시 “네이버가 아니었으면 이 펜션을 알지도 못했을 거다. 그런데 네이버는 피해자가 계속 나오든 말든 광고료를 받고, 유령 펜션을 노출시켰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관광객들의 피해가 커지자 경찰도 피해 사실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 안 된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 관광도시 부산의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