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천땐 단속 제대로 못해
- 2년간 혈세 8억이상 챙겨
- 업자 집 천장서 금괴 45개
- 시 공무원은 수사정보 흘려

부산 버스전용차로의 신호·과속 단속 CCTV가 모두 제 기능을 못 하는 엉터리(국제신문 지난 4월 25일 자 9면 보도)로 확인돼 충격이다. 시방서의 고급부품 대신 값싼 중국산 부품이 설치됐기 때문인데, 정식 부품 교체가 늦어지면서 부산시내 전역의 버스전용차로 CCTV가 빈껍데기 상태다. 부산시에 값싼 부품을 납품해 거금을 챙긴 업자가 구속되고, 이 업자에게 휘둘려 시민 혈세를 낭비한 전현직 공무원 5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부산 전역 버스전용차로에 설치된 CCTV 24대의 핵심 부품을 계약과 다르게 저급으로 바꿔 납품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로 문모(48) 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친동생(44)을 비롯한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직무유기 혐의로 부산시 전현직 공무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문 씨 등은 2016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노후 CCTV 교체사업을 진행하면서 시방서에 적힌 200만 화소의 국산 CCTV 대신 40만 화소의 중국산 24대를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영상캡쳐보드(CCTV가 촬영한 영상을 부산시 서버로 보내주는 칩)가 저급의 중국산으로 바뀌면서 단속 화면이 흐릿해 비 오는 날 등에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 문 씨 일당은 2013년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기존에 설치됐던 CCTV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며 매년 8000만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유지보수 업무는 매월 1회 이상 현장 정기점검을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은 이들이 부산시청 중앙관제센터 컴퓨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CCTV 작동 여부만 대충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 기간 8억4000만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는 시 공무원의 게으름이 한몫했다. 시 교통국 소속 직원 4명은 유지보수 검사를 제대로 안 했으며 이 중 1명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문 씨에게 전화로 알리며 범인 도피를 도왔다. 또 문 씨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범죄 수익금 몰수에 대비해 전 재산 25억 원을 인출한 뒤 1㎏짜리 골드바 45개를 구입해 화장실 천장 등에 숨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 씨가 2000년대 초반부터 부산시의 CCTV 설치·유지보수 일에 참여했다. 저급 부품을 납품해 수십억 원대 돈을 벌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여죄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직원 1명은 정년퇴직했고, 4명은 여전히 시에서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교통국 관계자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검찰의 추가수사 후 서법부 판단이 나오면 시 차원의 징계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CCTV 박스는 설치됐지만, 내부에 단속용 카메라와 핵심부품 등이 교체되지 않아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