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내 관행처럼 되풀이
- 다른 전직 위원장 소환 가능성

불법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의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공정위의 재취업 알선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른 전직 위원장의 검찰 소환 조사도 점쳐진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지난 30일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퇴직간부 17명의 재취업을 알선하도록 지시 또는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로 정 전 위원장 등 전직 장차관급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정위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가 4급 이상 퇴직 예정 간부들의 ‘재취업 리스트’를 작성하고 삼성, LG, SK 그룹 계열사 등에 이들을 채용하라고 압박한 혐의다.

불법 취업 알선은 운영지원과장에서 사무처장, 부위원장, 위원장 순으로 단계적으로 보고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는 행정고시 출신은 2억5000만 원, 비고시 출신은 1억5000만 원 안팎의 연봉 가이드라인을 책정해 채용 기업에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퇴직간부들은 주로 대기업 고문직에 재취업했으며, 임기를 마치면 다른 공정위 퇴직자가 자리를 ‘대물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불법 재취업 알선이 관행처럼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검찰은 조만간 김동수, 노대래 전 위원장도 소환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2011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노 위원장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재임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퇴직간부를 채용한 대가로 기업에 ‘봐주기 조사’를 한 게 아닌지에 대해 조사를 할 방침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현직 간부도 수사 대상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지철호 현 부위원장을 조만간 소환해 불법 재취업 관여 여부를 추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