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진 재개 땐

- 5월 착공… 지장물 철거 돌입 상태
- 2022년 준공·개관은 한참 늦어져
- 시, 연간 운영비 250억 확보 방안
- 자체 수익 등 따져 면밀한 검토해야

# 건립 폐기 땐

- 롯데기부금 1000억·부지 활용 고심
- 현재 250억 투입된 매몰비용 부담
- 문화예술계 반발 등 곳곳에 난관

북항 재개발 사업지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민선 7기 들어 공사를 잠정 중단하면서 새로운 ‘암초’에 부딪혔다. 2008년 롯데그룹의 건립기부 약정이 체결된 지 꼭 10년 만인 지난 5월 착공했으나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끄는 민선 7기 시정이 출범하면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오페라하우스가 검토 뒤 공사를 재개할지, 건립 계획 자체가 폐기될지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부산시가 허남식 전 시장 때부터 추진해 오던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진은 부산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시 제공

■오페라하우스 추진 과정 보니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10년 전 허남식 전 시장 때인 2008년 롯데가 1000억 원을 부산시에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시는 북항을 대표할 앵커시설로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2012년 10월 국제공모를 통해 설계 당선작을 선정하는(노르웨이 스노헤타, 일신설계) 등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2016년 12월에는 오페라하우스 부지 2만9542㎡에 대한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간 부지 무상임대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국유지에 공연시설을 지을 경우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는 40년(20년 사용 후 20년 더 연장) 무상임대 후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해수부와 협약했다. 지난해 12월 롯데로부터 마침내 1000억 원을 확보하면서 부산시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지난 1월 해수부가 공연장 건립에 관한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3월 건축허가를 얻어 5월 착공했다.

시공사는 한진중공업(공사비 1384억 원), 감리사는 신화엔지니어링 무영 세종 일신설계 등 4개사 컨소시엄(80억 원)으로 정해져 지장물 철거 등 공사에 들어갔다. 건립비는 총 2500억 원으로 이 중 1000억 원은 롯데가 낸 기부금이고, 1500억 원 중 280억 원은 국비, 나머지는 시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애초 예정대로라면 4년간 공사한 뒤 2022년 준공 및 개관한다. 하지만 민선 7기가 출범한 이달부터 공사가 중단되면서 오페라하우스는 새 국면을 맞았다. 시민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전면 재검토한 이후 오페라하우스 건립 정책이 폐기되면 롯데가 낸 기부금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해수부로부터 무상임대한 부지는 차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얽히고설킬 것으로 보인다.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더라도 준공 및 개관 시기는 예정보다 한참 늦어진다.

■추진해도 폐기해도 곳곳에 난관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전면 재검토 방침을 세운 이유 중 하나는 ‘기능 중복’이다. 기존 여러 시립 및 사설 극장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구립 문화회관, 곧 설립될 문현금융단지 내 뮤지컬 전용극장(1800석), 부산시민공원 내 들어설 부산국제아트센터(2006석)까지 공연장이 계속 설립될 예정이어서 굳이 새로운 극장이 필요하냐는 논리다.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전용관으로 오페라는 물론 뮤지컬과 무용 등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공연장이라는 점을 차별화하지만 종전 시설에서도 이들 장르가 공연됐다는 점에서 오페라하우스 설립의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시는 보고 있다.

특히 시는 앞으로 들 거액의 운영비를 문제로 꼽았다. 오페라하우스 연간 운영비로는 25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비는 보통 건립비의 10~15% 선에서 잡는다. 특히 오페라는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무대예술이라는 점에서 다른 장르에 비해서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자체 수익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부산발전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오페라하우스의 연간 운영비는 137억 원이며, 이 중 102억 원이 자체 수입이라 시비 투입은 35억 원에 불과하다.

만약 재검토 후 오페라하우스 건립 정책이 폐기된다해도 시가 해결해야 할 난관이 수두룩하다. 현재까지 들어간 매몰비용(설계비, 계약해지비, 향후 소송비 등 약 250억 원)에 대한 책임 소재가 시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화예술계의 반발도 부산시가 넘어야 할 산이다. 경성대 김원명(음악학부) 교수는 “우여곡절 끝에 건립이 결정됐고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려는 단계에서 보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더욱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장은 “오랫동안 부산에서 오페라를 만들고 공연한 사람으로서 허탈하고 힘이 빠진다. 어렵게 건립하기로 결정된 오페라하우스마저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부산에 오페라 전문 공연장이 생길 기회는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전면 재검토로 돌아가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선정 안세희 기자 sjlee@kookje.co.kr

부산오페라하우스 추진 일지  ※자료 : 부산시 2004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항을 물류 중심에서 해상관광 중심으로 개발할 것을 지시 2008년 5월 부산시와 롯데그룹 건립기부 약정 체결 2012년 10월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선정(노르웨이 스노헤타·일신설계) 2013년 3월~ 민·관·학 협의체 구성·운영(총 24회) 2016년 12월 부산시-해수부 부지 무상임대 실시협약 체결 2017년 6월 행안부 지방재정투자사업 중앙심사 통과 2017년 12월 롯데그룹으로부터 1000억 원 확보. 설계용역 완료. 공사 입찰공고 2018년 1월 해수부 ‘북항 항만재개발사업 상부기능시설(공연장) 실시계획’ 승인 2018년 3월 건축허가 승인 2018년 4월 오페라하우스 건립후원회 출범 2018년 5월 시공사(한진중공업) 선정 및 착공 2018년 12월 개관 준비 및 관리운영 기본계획 용역 완료 2019년 운영 주체 선정 등 개관 준비 2022년 준공 및 개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