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법·지방공무원법 근거
- 시장도 인사교류권 가지고 있어
- 대부분 시에서 일방적 통보
- 시 “합법적 절차 따라 문제 없다”
- 군 “시가 지방분권 거스른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의 부단체장 임명권 논란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시는 인사교류협의회를 통한 정당한 인사 교류라고 주장하는 반면 기장군은 시 스스로 지방분권에 거스른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기장군은 최근 부산시에 부단체장 임명권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잇따라 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2일 열린 민선 7기 부산시 구청장·군수협의회 첫 정기총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시는 기술직 인사 적체와 신규 공무원 선발 등 두 가지를 거론하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서로 다른 인사 관련 법규를 근거로 하는 탓이다. 군은 ‘부단체장은 기초단체장이 임명한다’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110조를 근거로 임명권 반환을 요구하는 반면 시는 지방공무원법 제302조 2에 근거해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방공무원법에는 ‘광역시장이 담당 구역의 구·군 간 인사교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인사교류협의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인사교류안을 작성하고 이를 기초단체장에게 권고할 수 있다. 또 기초단체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인사 교류에 응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시는 1999년 인사교류협의회를 개최해 부단체장(3급)을 내려보냈고, 구·군으로부터 사무관(5급)을 받아왔다. 기술직군과 행정직군 일부(전산·사서직)는 시에서 통합 인사를 진행했다. 예외적으로 2005년 동구청장이 기술직 직원을 승진시키자 시가 비공식적으로 동구와의 인사교류를 중단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공무원법을 우선하며 인사교류협의회라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인사권 행사다. 인적 교류가 없어지면 기술직 인사와 신규 공무원 선발도 기장군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 군수는 “우리에게 기술직 인사와 신규 공무원을 채용하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 유능한 직원을 뽑을 수도 있다”며 “부단체장과 5급 행정직의 맞교환을 요구했는데 시가 엉뚱하게 기술직 인사를 거론하며 협박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실제 인사교류협의회는 부시장과 시장이 임명한 부단체장이 참여해 시장의 의중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논란도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기장군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1일 논평을 내고 “오 군수가 요구한 부군수 임명권은 노조도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2015년 인사파동으로 재판을 받는 오 군수가 민선 7기 들어 임명권을 주장하는 것은 지방분권을 핑계로 자신의 측근을 임명하기 위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19일 올해 하반기 4급 이상 간부의 전보인사를 단행하면서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을 강남구 부구청장으로 내려보냈다. 그동안 강남구는 청장이 부구청장을 임명해왔다. 이번 인사는 건축행정에 능한 기술직 부구청장을 영입하기 위해 강남구청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그동안 인사교류가 중단됐던 강남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