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1㎞ 떨어진 곳 감시장치
- 이곳 지나면 사실상 무법천지
- 일대 잘 아는 BMW 운전자
- 마음먹고 과속했을 가능성
- 경찰 뒤늦게 과속방지턱 등 설치

택시기사를 중태에 빠트린 ‘김해공항 BMW 사고’는 과속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사실상 없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카메라 없이 감속 안내 표지판만으로 과속을 막는 데 한계가 있어 경찰은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15일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진입로에 ‘주행속도 40㎞ 이하’라고 적힌 교통 표지판이 붙어 있지만 과속을 단속할 장비나 시설은 없다. 박수현 기자

15일 부산 강서구 공항진입로 일대. 왕복 8차로인 이 도로를 택시와 버스, 일반 승용차가 빠르게 질주했다. 도로가 넓고 차량도 많지 않아 속도를 내기 좋은 여건이다. 국제선 청사로 진입하기 전부터 속도 감속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지만 과속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높였다. 이는 과속을 막을 만한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항과 약 1㎞ 떨어진 부산김해경전철 덕두역 앞에는 고정형 과속단속카메라(시속 60㎞ 제한)가 설치돼 있다. 이곳을 지나면 사실상 ‘속도 무제한 도로’나 마찬가지다.

속도를 줄이기 위한 장치는 표지판이 전부다. 국제선 청사 진입로를 약 500ｍ 앞둔 국제화물청사 주차장 앞에는 시속 40㎞를 알리는 표지판과 이동식 단속 구간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국제선 청사에 진입하기 위한 경사로 직전에는 ‘여기부터 절대감속 위험 40㎞’라 적힌 표지판과 함께 도로 바닥에 ‘천천히’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경사로 진입 이후에도 바닥에 ‘40㎞’라고 표시된 안내와 감속을 유도하는 안전봉이 차선을 따라 설치돼 있다. 이곳 일대는 1996년 이전 40㎞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처는 운전자에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국제선 청사 진입로 인근에 이동식 단속구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실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과속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사고 가해자는 공항진입로 사정을 잘 아는 에어부산 직원으로, 일대에선 단속이 되지 않는 점을 알고 과속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동식 단속구간 표지판은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사고 가해자가 이런 점을 알고 과속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시민은 불안해한다. 택시기사 박모(53) 씨는 “택시 기사가 국제선 청사 입구에서 짐 내려주다가 사고가 나서 이제는 노인이나 힘없는 여성 외에는 직접 내려서 짐을 안 내려준다”며 “혹시라도 사고 날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국공항공사와 합의해 김해공항 주변에 이동식 단속카메라 3대와 과속방지턱 2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항 국제선과 국내선 등 3개 지점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해 이번과 같은 사고를 예방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