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길 막힌 곳에 배수로 뚫고
- 무분별한 등산로도 정리

- 생태복원 사업 뒤 2년7개월
- 습지식물·억새 군락 뒤덮어

생채기 투성이었던 경남 밀양 재약산 사자평 고산습지대 곳곳에 ‘초록의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환경부의 대대적인 생태계 복원사업이 끝난 지 2년7개월 만의 결실이다. 국제신문 취재진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습지감시원이 13일 국내 최대 규모 산지습지인 사자평 고산습지(58.7㏊)를 탐사한 결과 습지 내부에 물이 공급되면서 억새와 각종 습지식물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습지감시원이 되살아난 사자평 습지 내 진퍼리새 군락을 가리키고 있다. 이 군락은 습지의 지표종으로 불린다.

사자평 일대는 2006년 환경부로부터 고산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곳은 영남알프스의 밀양 쪽 베이스캠프인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많은 등산객에 의해 짓밟힌 데다 차량 경주(오프로드)장으로 활용되면서 크게 훼손됐다. 여기에 고산습지 옆으로 개설된 군작전도로(1.5㎞)가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혔다. 이 도로가 침식되면서 움푹 패여 도랑 역할을 해 상류 재약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습지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습지가 결국 육지화되면서 습지식물이 고사하기 시작했다.

낙동강환경청은 경관이 빼어난 사자평 고산습지를 살리기 위해 2012년 10월~2015년 11월 45억 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비포장 군작전도로에 자연석을 깔아 정비했고, 도로 밑으로 상류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습지로 흘러들도록 배수로를 조성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 육지화로 인해 메말랐던 땅에 복주머니난, 큰방울새난, 창포 등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인근에는 50~70㎝ 길이의 억새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낙동강환경청이 복원과정의 하나로 습지보호구역 밖에서 억새 뿌리를 번식시킨 뒤 옮겨 심은 결과였다. 무분별한 등산로도 정리하고 습지 상부에 등산유도로를 하나 만들어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사자평습지에 조성된 집수정.

국내 고산습지 유일의 하천인 시전천(폭 10ｍ)에는 버들치 가재류 등이 발견됐다. 하천 가장자리에 침식을 방지하고 물이 새지 않도록 시설물을 설치해 유량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고산습지는 밀양 사자평, 울산 무제치늪, 양산 화엄늪, 신불산습지 등 4곳이 있다. 이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나지만 훼손 정도가 가장 심한 사자평을 우선 복원한 낙동강환경청은 나머지 세 곳에 대해서도 회복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2005년 11월 당시 침식으로 움푹 패인 고산습지 옆 군작전도로(위 사진)는 흙을 채우고 자연석을 깔아 등산로로 복원했다.

낙동강환경청 김미정 팀장은 “사자평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고산습지 복원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습지가 살아나자 밀양시도 습지 아래에 탐방객을 위한 습지지원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사진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