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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체·부정문 가득 판결문…일반인 86% “한번에 이해불가”

한 문장이 617자인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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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18-07-11 20:01:48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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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쉬운 법률 용어 제시
- 판사들 “정확성위해 불가피”

시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은 판결문에서 크게 두드러진다. 법조계는 오래전부터 용어 순화 활동을 진행하지만 여전히 길고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국민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부산고등법원이 2015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동구의원들에게 내린 판결문을 보면, 한 문장이 617자에 달한다. A4 용지에 14줄 동안 마침표 없이 이어졌다.

이 문장 안에서도 ‘제2항 등에 의하여 규정된 의례적이거나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더라도’와 같은 일본문체와 부정문이 많아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5년 일반인 72명에게 형사 판결문을 보여주고 이해도를 물은 설문조사에서는 86.2%가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수차례 읽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응답도 16.6%를 차지했다.

대법원은 2014년 판결문 속 어려운 표현을 쉬운 표현으로 바꿔 몇 가지를 제시했다. 예컨대 ‘경료하다’를 ‘마치다’로, ‘도과하다’를 ‘경과하다’로, ‘가사’를 ‘가령’으로 등의 식이다. 하지만 위 부산고등법원 판결문에는 여전히 ‘가령’ 대신 ‘가사’라 명시돼 있다.

법원 현장에서는 짧고 쉽게 쓰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지만 더 정확한 판결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의 한 판사는 “‘명도’라는 말은 요즘 거의 쓰지 않지만 판결문엔 자주 쓴다. 비슷한 어휘인 ‘인도’로 쓰면 이해하기 쉽지만 엄밀히 따졌을 때 ‘인도’는 주로 토지에, ‘명도는 건물에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정확성을 위해 어려운 법문 용어를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판결문을 쉽게 바꾸기 위해 동아대 하태영(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결문과 법조문을 일일이 고치며 새로운 법 개정안을 책으로 내기도 했다.
하 교수는 “법조계가 그동안 용어순화 작업을 했지만 단어만 바꿨을 뿐 문체는 정비하지 못했다. 판사들이 업무가 많아 스스로 문체를 정비할 여력이 없었던 것도 있다”며 “핵심을 간단하고 쉬운 단어로 표현해야 부산시 조례나 법원 판결문이 아닌 시민의 조례, 모두의 판결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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