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울경은 원팀을 해야 상생발전
- 김해공항 확장 객관적 점검 필요

- 동남권 핵심 제조업 살리기 중요
- 불통·독선의 리더십은 오히려 독

- 복지관광과·경남관광공사 설립
- 문화콘텐츠·관광 분야 활성화

- 드루킹 특검 조사 빨리 불러달라
- 의혹·진실 밝혀 도민 걱정 해소

민선시대에 처음으로 경남에서 정권 교체를 이룬 김경수 도지사 당선인을 지난 25일 창원 경남발전연구원 인수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당선인은 경남 도정의 밑그림을 자세하게 설명하던 중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부분을 언급할 때는 목소리에 힘을 강하게 실었다. 그만큼 그에게 경남 경제살리기는 절박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25일 오후 창원 경남발전연구원 인수위 사무실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 중 민선 7기 경남 도정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3년 만에 지역 정권 교체를 이뤘고 경남도의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도정에 탄력을 받게 됐다.

▶도민께서 도의회까지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신 이유는 경남을 새롭게 바꾸고, 경남의 경제살리기를 제대로 해보라는 의미다. 경남도와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참여와 소통의 정신에 입각해 도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받들도록 노력하겠다. 또 당을 가리지 않고 경남 발전을 위해 도의회와 긴밀히 소통·협의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경남과 부산은 신항 명칭, 물 문제, 신공항 입지를 놓고 대립했다. 반면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을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수 당선인이 당선 확정 후 화환을 목에 걸고 지지자에 답하고 있다.

▶광역단체는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부울경 광역단체장의 욕심이 개입돼 갈등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부울경의 광역단체장 세 사람은 모두 개인의 정치적 욕심보다 부울경이 우선이다. 부울경은 하나의 광역 경제권, 생활권, 행정권이라 생각하고 원팀 행정을 펼쳐야 상생 발전할 수 있다. 한때 동남권은 수도권과 양대 축을 이루던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수도권에 비해 쪼그라드는 집안에서 서로 더 가져가겠다고 싸우면 힘들 수밖에 없다.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이 논란이다. 만약 김해공항 확장이 쉽지 않다면 새로운 입지를 정해야 한다. 부산은 가덕도신공항을 주장하는데 경남의 입장은.

▶동남권 신공항은 세 가지 원칙에서 검토돼야 한다. 즉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관문공항(특히 유사시에 인천공항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 ▷인근 주민의 소음피해 해결 ▷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내려질 당시 제반 절차 및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이다. 세 가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입지까지 포함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에 ADPi(파리공항관리공단) 용역보고서가 처음 공개됐는데, 안전·소음문제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금은 김해공항 확장 결정 과정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이 결과를 토대로 사업 진행 여부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 속에는 후보지가 어떤 조건을 가져야 되는지 하는 문제가 포함돼 있다. 정부와 전문가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점검한 뒤 후보지 선정 과정을 잘 밟으면 된다. 현재 단계에서 가덕도는 너무 앞서갔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과 부산시민의 여망은 충분히 이해한다.

-서부경남 KTX(남부내륙고속철도)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경제성 분석(BC)에서 0.72가 나와 재정사업으로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묘책은.

김경수 당선인이 인수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용편익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자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서부경남 KTX는 정부로서도 반드시 해야 할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다. 위기의 경남경제와 제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어려운 서부경남지역에 인프라 투자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루고 국가 경제를 지키는 것은 정부의 임무다. 경남 예산확보 사업이 아니라 정부 재정사업으로 결정하게 만들 것이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 호남고속철도와 강원도 동서고속철도 전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서부경남 KTX를 전향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당선인이 생각하는 새로운 경남의 미래는.

▶선거운동 기간 경남 신경제지도를 밝혔다. 동남권의 가장 심각한 현안은 경제 문제다. 동남권 핵심 산업이 그동안 대한민국을 지탱한 제조업인데 무너지고 있다. 제조업을 혁신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신산업, 서비스산업, 자영업은 위험하다. 그래서 제조업을 살리는 길이 제일 중요하다. 지방의 힘만으로 어렵고 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통해 함께 가야 한다. 제조업 르네상스와 미래산업이 투트랙을 형성해야 한다. 경남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원인과 대책을 세워야 미래가 있다. 미래에는 제조업 기반 신산업, 새로운 물류산업과 함께 서부경남도 KTX, 항공우주 산업 등을 통해 함께 갈 것이다. 전체적으로 경남은 농업과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관광, 가야사 복원으로 역사문화 콘텐츠를 보유해 대한민국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제대로 살려 나가면 경남은 동남권과 호남까지 끌어가는 선도적인 지방정부가 될 것이다.

-당선인은 지금까지 참모의 역할을 했지만 리더의 경험은 없다. 도지사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고 인사도 해야 하는 자리다.

▶홍준표 전 도지사의 불통·독선적 리더십 때문에 경남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피해가 있었나. 비뚤어진 리더의 경험은 오히려 도민에게 독이 될 뿐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파트너였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두 분 대통령의 ‘파트너’로, 국정운영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운영 기획위원회에서 기획분과 위원으로 문재인 정부 5년의 국정운영 계획을 함께 마련했다. 국정을 기획하고 설계한 경험으로 소통하며 혁신하는 새 리더십을 보일 것이다.

-당선인이 생각하는 경남의 도시재생의 방향은.

▶도시재생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남형 도시재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 등을 구분해 맞춤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재생 지원센터와 현장 지원센터의 상시 결합과 도시재생 지원센터가 지역사회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이다. 또 인구 감소지역 등 소멸위기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도시재생 사업을 집중 지원할 것이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각광 받는 문화콘텐츠와 관광 분야의 활성화 계획은.

▶관 주도의 문화예술 정책 수립과 사업 추진에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일상의 삶에 뿌리를 둔 생활문화 정책을 추진하겠다. 예술인들의 생계와 일상적 고충을 덜어주고 자유로운 창작 여건을 조성해 문화가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들 것이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창업 기회를 만들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으로 ‘복지관광 1번지 경남’과 관광분야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경남도(문화관광국)에서 소외계층 관광정책을 수립하도록 복지관광과를 신설할 것이다. 경남 관광의 컨트롤타워로 ‘경남관광공사’도 설립할 계획이다.

-전임 홍준표, 김두관 지사가 대선을 위해 중도에 사퇴했다.

▶지금은 어떻게 경남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경남으로 만들고, 성공하는 도지사로 남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목표다. 경제와 민생을 살린 도지사, 도민과 소통하고 도민이 도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 도지사가 꼭 되고 싶다. 경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드루킹 사건’ 관련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한다.

▶특검이 드루킹 문제 해법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특검을 요구했다. 그동안 일부 언론이나 야당의 일방적인 의혹 제기와 흠집 내기가 있었다. 특검을 통해 의혹과 진실이 밝혀지면 도민의 걱정이 해소될 것이다. 앞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아도 도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진실을 밝히고 의혹을 털어내려면 빨리 갔다 오는 게 낫다.

-전임 홍준표 도지사의 정책 중 채무 제로, 진주의료원 폐쇄, 무상급식 중단 등 논란이 된 것이 적지 않다.

▶홍준표 전 도지사는 불신, 불통, 불안의 3불 도정으로 도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도민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채무 제로 정책은 경남 경제 근간인 제조업 혁신에 투자하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운 것이다. 일방적으로 폐쇄된 진주의료원은 예방부터 치료까지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경남 공공의료체계 확충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다. 의료취약지인 서부경남에 혁신형 공공병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하고, 국립 어린이재활병원을 유치해 경남의 어린이 환자들이 재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또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