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기간 대학생 도서관서 응원

21일 정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직장인 김모(32) 씨는 밥 대신 잠을 택했다. 지난 20일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밤을 꼴딱 새웠기 때문이다. 축구광인 김 씨는 지난 18일 밤 9시 한국-스웨덴전부터 다음 날 새벽 3시 튀니지-잉글랜드 경기까지 모두 봤다. 20일 폴란드-세네갈, 러시아-이집트 등에 이어 21일 새벽 스페인-이란까지 본 김 씨는 거의 녹초가 됐다. “나처럼 점심 대신 쪽잠을 선택한 남자 직원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의 첫 경기가 치러진 이후 ‘월드컵 올빼미족’이 속출하고 있다. 월드컵 올빼미족은 우리나라 경기 생중계만 보지 않는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웬만한 경기 생중계는 다 챙겨본다. 올빼미족은 직장인을 비롯해 학생까지 해당한다.

아예 월드컵 기간에는 낮과 밤을 바꿨다는 대학생까지 등장했다. 현재 기말고사 기간이라 수업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형(23) 씨는 “낮에는 시험 하나만 치르면 된다. 어차피 밤을 새워서 공부하는 김에 중계도 함께 보고 있다”며 “도서관에서 동시에 ‘아’하며 짧은 탄성이 터질 때가 있다. 월드컵 올빼미족끼리 함께 응원하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월드컵 올빼미족이 벌이는 잠과의 사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 48경기 중 새벽 3시에 열리는 경기가 17경기에 달한다. 밤 11시와 0시에 시작하는 경기는 각각 8경기와 10경기다. 이에 알람을 이중 삼중 맞춰 쪽잠으로 피곤을 달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우리나라와 러시아 지역 간의 시차를 묻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러시아 어느 도시에서 경기가 진행되느냐에 따라 한국에서의 중계 시간도 달라진다. 러시아와 우리나라는 최소 4~7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올빼미족에게 23일 밤 자정에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오는 27일 밤 11시 열리는 독일과 마지막 조별 리그는 올빼미에게 또다시 낮과 밤을 바꿔야 하는 경기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