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경찰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내고 있다. 경찰은 검찰과의 관계가 수직적 상하 관계에서 수평적 협력 관계로 바뀌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영장 청구권 확보’ 등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온 핵심 사안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조정안을 보면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는 검찰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도록 했다. 부산의 한 경찰서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도 검찰은 대부분 수사 과정에서는 지휘하지 않고, 자료와 증거를 받고 난 뒤에 재수사 지휘 등을 한다. 국민은 경찰이 마치 큰 힘을 얻은 것처럼 평가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바뀐 것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도 영장청구권이 있어야 한다는 수사권 조정의 핵심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검찰이 판정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가이드라인을 밝힌 ‘자치경찰제’ 시행 방안도 경찰 입장에서는 걱정이다. 한 경찰관은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지자체장이 지역 경찰을 이끌면서,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 인력과 교통·생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분리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경찰의 권한과 업무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은 이날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대한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경찰 권한은 확대됐지만, 검찰에 쥐여준 경찰 통제 장치는 약해도 너무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수사 지휘권을 잃은 대신 검찰이 받은 경찰 통제 수단은 크게 수사 보완 요구권과 경찰 징계 요구권이다. 부산지역 한 검사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법에 명시된 지금도,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행 의지가 없어 보완 없이 사건을 송치하는 일이 많다. 검사가 다시 수사하기도 하는데 ‘보완 요구’에 제대로 따라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산지검 박철완 중요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게시한 글에서 “검찰을 독립 외청으로 거느린 법무부가 당연히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을 검찰 구성원에게 소상히 알리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나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