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멀쩡한 보도블록을 갑자기 갈아엎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20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 3번 출구 앞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 말했다.
이날 인도의 보도블록을 들어내고 새 블록을 깔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존 보도블록을 파내려고 굴착기가 움직였고, 뿌연 먼지가 흩날렸다. 공사 현장 주변으로 통학하는 초등학생들은 파낸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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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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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지켜보는 시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모(여·38) 씨는 “아이와 걸어서 통학하는데 기존 보도블록이 불편한 게 없이 말짱했다”며 “세금을 다 써야 하니까 일부러 공사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 씨도 “최근 지방선거로 구청장이 바뀌니까, 구청이 남은 예산을 없애려고 공사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이 밖에도 현장을 지나가는 시민 대부분이 때마다 되풀이되는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낭비성 예산 지출’이라고 주장했다.
공사를 시행하는 연제구청은 “낭비성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기존 흰색 보도블록은 미끄러운 재질이라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민원이 종종 들어오고, 이 때문에 미끄럼을 방지하려고 이번에 화강석 콘크리트 보도블록으로 교체한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연제구청 측은 “교대역 앞 보도블록 교체 공사는 주민 스스로 대상을 선정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관할 구역에 공사가 있다면 관련 부서와 협의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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