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래구, 직접 쓴 취임사 낭독만
- 부산진구, 주민과 ‘주권 선언식’
- 주민 찾아 신고식에 토크쇼까지
- 낮은 자세로 일하겠단 의지 담아

부산지역 자치단체장 당선인이 다음 달 2일 열리는 취임식에서 권위를 버리고 시민과 함께하기로 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일부 당선인은 취임식 자체를 없앴다.

동래구청장 김우룡 당선인은 취임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취임식을 하지 않는 것은 구청장의 권위를 내려놓겠다는 김 당선인의 의지다. 대신 직접 쓴 취임사로 대신하기로 했다. 김 당선인은 20일 “구청장이 단상에 서서, 일렬로 앉은 공무원과 구민을 내려다보는 취임식은 하고 싶지 않다. 대신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동래구가 나아갈 비전에 대한 취임사를 직접 써서 구민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당선인의 첫 오찬도 구청 청소노동자와 함께할 계획이다. 선거 내내 외쳤던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부산진구에서도 취임식은 없다. 서은숙 당선인은 취임식이 아닌 ‘주민 주권 시대 선언식’을 연다. 선언식에는 장애인, 노인, 젠트리피케이션 속 상인 등 일상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주민이 함께한다. 선언문에는 유세 당시 서 당선인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주민의 목소리를 담는다. 서 당선인은 “겉치레에 불과한 취임식 대신 구민과 함께하는 취임식을 구상해왔다. 살기 좋은 부산진구는 구청장 홀로 만드는 것이 아니란 생각에서 주민과 함께 하는 선언식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언식 단상에는 서 당선인과 주민 10여 명이 단상에 함께 올라서 선언할 계획이다.

북구청장 정명희 당선인은 취임식이 아닌 ‘취임 신고식’으로 명명했다. 북구에서 터 잡고 살아온 구민에게 새로 온 구청장이 취임을 ‘신고’하는 의식이다. 구민에게 자신의 취임을 알리는 만큼 주민이 많이 모여 있는 구포시장에서 취임신고식이 열린다. 취임신고식 이후에는 구포시장을 돌아다니며 주민에게 직접 취임을 보고할 예정이다.

금정구는 구민과 소통하는 취임식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취임식의 높은 단상을 없앴다. 높은 단상과 일렬로 세운 의자가 권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취임식 장소는 강당에서 구청 앞마당으로 옮긴다. 의자는 원형으로 배열해 토크쇼처럼 진행한다. 다만 다음 달 초는 장마철이라 우천 여부에 따라 행사가 바뀔 수도 있다.

해운대구 홍순헌 당선인은 취임식 때 구민을 동원하지 않도록 했다. 동구청장 최형욱 당선인, 사하구청장 김태석 당선인, 서구청장 공한수 당선인도 돈 안 드는 취임식을 준비 중이다. 현수막과 화환 정도만 활용해 100만 원 이하로 검소하게 취임식을 치른다. 한 구청 관계자는 “취임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청장 업무가 시작되는 만큼, 당선인이 취임식부터 신경을 많이 쓴다”고 전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은 다음 달 2일 오후 열리는 취임식을 시민참여형으로 꾸밀 계획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시민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콘셉트로 취임식 방향을 정했다.취임식을 준비하는 전재수 부산시장직 시민소통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뜻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선정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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