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입국 당국 조사서 혐의 부인
- 조양호 회장은 배임으로 입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출입국 당국에 소환됐다. 조 회장도 회사 경비 인력을 집에서 근무하게 하고 비용을 회삿돈으로 충당한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 전 이사장은 11일 오전 출입국관리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했다. 운전기사 등에게 폭언, 폭행을 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지 일주일 만이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킨 뒤 실제로는 평창동 자신의 집에 불법 고용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민 특수조사대는 이런 혐의에 대한항공 마닐라지점과 인사전략실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파악했다. 당국은 가사도우미 초청, 고용을 이 씨가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날 이 전 이사장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을 비서실에 직접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안 했다”고 답했다. “가사도우미에게 출국을 지시하거나 입막음을 시도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없다”고 답하면서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지난달 24일 같은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가사도우미 고용 사실은 인정했으나, 초청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조 회장과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대표 원모 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경비업체 유니에스 소속 경비원들이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에서 일했는데, 그 비용을 정석기업이 지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전·현직 경비원과 정석기업, 유니에스 관리책임자 등 14명을 조사했으며 도급계약서, 결재서류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정석기업과 유니에스 대표, 조 회장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